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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

이것은 내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 이다 [이것은 나의 아버지의 이야기다] 가끔 내셔널지오그래피 채널에서 육식동물들이 새끼를 키우는 것을 볼때면 아버지 생각이 난다. 특히 족제비나, 그런 류의 동물들이 자신보다 힘이 센 동물을 피해 작은 쥐나 오리를 물어다 새끼를 먹이는 것을 보면 어떤 측은함 마저 드는 것이다. 어릴 적 나의 아버지는 우리들에게 멋있는 경찰이셨다. 늦은 저녁, 회색 경찰복을 입고 독수리가 번쩍거리는 모자를 쓰고 들어오시는 아버지는 세상 누구보다도 멋진 분이셨다. 나뿐만 아니라 언니도 동생들도 어디에서 놀고 있든지 아버지의 구두소리를 들으면 만사를 제쳐두고는 뛰쳐나가서 아버지의 바짓가랑이며 두 팔에 매달려 떨어질 줄 몰랐다. 그럴 때면 아버지는 피곤한 얼굴이었지만 웃으며 우리와 잠깐이라도 놀아주셨다. 그래서 우리들은 동네아이들을.. 더보기
미들마치로 가는 길 [미들마치로 가는 길] ‘오늘날에도 수많은 테레사가 태어나지만, 불행히도 그들은 명성을 드높일 서사적 삶을 찾아내지 못한다. 고귀한 정신은 있지만 그런 정신을 발휘할 기회가 없어서 실수투성이 삶을 사는 것이다. ’ -미들마치 중에서 *미들마치 : 영국의 작은 도시이자 소설의 제목 바람이 북극의 얼음이라도 몰고 바다를 건넜는지 옷깃을 여며도 찬 기운이 살을 파고들었다. 그녀는 인천 국제공항에 내려 그 규모에 놀라 넋을 놓고 있다 서늘한 기운에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갈 방향을 확인하고는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는 출구로 향했다. 그녀는 종로로 가는 공황버스를 타고 흘러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내가 서울 공기를 마시다니. 그녀는 나고 처음인 상경에 새삼 감격스러웠고 지난 세월을 보상받는다는 기분.. 더보기
너에대한 나의 해석 [너에 대한 나의 해석] 그 친구와 나는 중학교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 초등학교도 같이 나오긴 했지만 그녀와 같이 했던 기억이 시작되는 시간은 정확히 중학교 때 부터이다. 같은 반이 되고 단 한 표의 차이로 나는 반장이 되었고 그녀는 부반장이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인연은 2학년이 끝날 때까지 라이벌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키도 고만고만했고 집안 형편도 비슷했으며 위로 언니가 하나 있다는 것까지, 우리는 서로 닮은 점이 너무나 많았다. 게다가 성적까지 비슷해 그녀와 나는 한 표차이로 운명이 갈린 것처럼 한 문제 차이로 엎치락뒤치락 거리기를 반복했다. 그녀가 한번 1등을 하면 나는 밤을 새워 공부해 다음번 시험에는 내가 1등을 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녀는 태연한척 하지만 다음 시험에서 나.. 더보기
서서히 완성되는 밤 [서서히 완성되는 밤] 밤이 낮보다 분명히 길어져 가고 있었다. 몇 번을 자다 깨도 아직 어두운 밖을 보면서 나는 몇 시쯤일까 생각해 보았다. 창밖에 서있는 은행나무의 그림자가 희미하게라도 비치지 않는 걸 보니 한 두 시가 겨우 지난 것 같았다. 일찍 잠에 든 것도 아닌데 근례 잠을 깊이 자지 못하고 새벽에 깨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었지만 그러고 나면 다시 잠이 들지 못 할 것 같아 눈을 감고 가만히 숨을 쉬었다. 하지만 의식은 더욱 또렷해왔고 오늘도 기어이 해가 뜨는 걸 볼 것 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물 밖에 나온 물고기가 숨을 쉬듯이 나는 한두 번 큰 숨을 몰아쉬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서 더 또렷이 살아나는 기억과 함께 누군가가 내 가슴에 올라타 앉아 있는 것 같이 .. 더보기
존의 희망여행 [존의 희망여행] 그는 갑자기 잠에서 깨었습니다. 매년 이맘때 연어들이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을 그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잠결에 쏴 하고 물을 가르는 시원한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다시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그는 어릴 적 기억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일 년 전 자신이 사람의 엄지손가락 만 했을 때 연어가 돌아오는 때가 되자 부모님들이 자신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었던 일이 기억났습니다. “연어들은 거칠게 상류로 올라간단다. 휩쓸렸다간 뼈도 못 추리지.”그러곤 일주일을 꼬박 바위틈에서 숨어 지냈습니다. 그는 일주일이 채 끝나기 전 한참을 온 강을 휘저어 놓았던 거센 물살소리가 차츰 잠잠해 질 무렵 몰래 바위 밑을 빠져나왔습니다.물밑은 연어들이 휘저어놓은 덕에 뿌옇게 먼지가 떠올라와 있었고 간간히 연어.. 더보기
착한남자 송호 [착한 남자 송호] -거북이- 까무잡잡한 피부, 165cm정도 돼 보이는 작은 키, 정리가 되지 않은 굵은 모발, 안경에 가린 작은 눈, 소도 때려잡을 것 같이 큰 손발, 듬성듬성 여드름이 나있는 피부, 내성적으로 보이는 수줍은 눈빛.. 그를 처음 봤을 때 나는 아무도 모르게 속으로 웃었다. 엔지니어 팀의 차장님께서 직접 뽑으신 사원이라며 그를 소개 시킬 때 분명 차장님의 사촌조카이거나 막내처남이 아니고서야 막 농사를 짓다 올라온 것 같은 저런 사람을 뽑았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저...김송호라고 합니다. 잘..부탁..드립니다.”그는 굉장히 수줍어하며 인사를 했고 차장님의 장황한 조회가 끝나고 나서는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회사는 작은 빌딩의 두 층을 임대해 한 층은 엔지니어 팀이 다른.. 더보기
코엑스에서 돌아오는 길 [코엑스에서 돌아오는 길]-거북이- 20살, 22살인시조카를 만나서 그들과 코엑스에서1인 2만원의뷔페를배가 터지게 먹고는 나는 세상이 아직 살만 하다고하는 사람들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토 할 정도로우리는 배부르게 먹고영화를 보고그래도 아직 남은 20만원통장 잔고를 확인하고 나서 앞으로20만원어치 내게 주어질즐겁고 살만한 세상만생각해보기로 한다. 더보기
하늘을 나는 꿈 [하늘을 나는 꿈] 어릴 적 나는 하늘을 나는 것을 동경했다. 6살인지 7살 때 슈퍼맨이라는 미국 드라마를 보며 어떤 사람은 날수도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 같은 것을 가졌던 것이다. 그때는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것이 아니었다. 나 보다 한두 살 어린 아이에서부터 초등학교를 갓 들어간 아이 까지 정신 연령이 비슷한 아이들이 골목에 모이게 되면 마지막엔 꼭 어떻게 하면 날수 있을지 진지하게 토론을 하곤 하였다. 개중 조금 똑똑한 아이는 라이트 형제를 들먹이며 비행기 엔진을 달거나 비행기 날개를 달면 날수 있을 거라 했다. 조금 떨어지는 아이들은 큰 망토를 두르면 된다느니 높은 곳에서 빨리 날개 짓을 하면 날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 했다. 나는 전자도 후자도 속하지 않는 들은 대로 해보는.. 더보기
마녀의 사랑 [마녀의 사랑] 남녀 간의 사랑은 화학반응과 같다. 첫눈에 반할 때엔 매개체 없이 화르르 불꽃이 일기도 하고, 천천히 서로를 알아갈 땐 서서히 반응 하다 어느새 용해되어 하나가 된다. 이렇게 연소하고 용해된 진심을 담은 사랑은 역반응이 어렵다. 한번 격열하게 연소한 사랑은 사랑전과 후의 성질이 달라져 새로운 물질이 되고 그 결과물은 반응할 때 보다 몇 십 배의 힘을 가해야 서로 분리가 되는 것이다.린은 마법화학시간에 배운 이론을 정리하며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사랑은 화학 그 이상의 것이 있어서 이론은 존재하지만 아직 아무도 제대로 된 반응식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것을 강조하던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마녀들 일지라도 사람의 마음을 아직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다. 린은 정리를 끝낸 책.. 더보기
먼곳에서 [먼 곳에서] “꺄악--”새벽, 날카로운 비명소리에 잠이 깨었다. 나는 나쁜 꿈을 꾼 것처럼 벌떡 일어나 앉았다. 벽걸이 시계는 막 4시를 넘어가고 있었다.“무슨 일이야?”남편은 부스럭 거리고 있는 내 쪽을 보며 눈도 뜨지 않고 물었다.환청을 들은 것처럼 밖은 조용하였다. “무슨 소리 못 들었어요?”“아니, 꿈 꾼 거 아냐?”그러곤 등을 돌려 다시 잠들어 버렸다.“꿈이었나?”요즘 부쩍 나쁜 꿈들을 꾸고 있기는 하지만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분명한 소리였다.뒷산 어디 멀리쯤에서 들려온 소리인 듯 했다. 집 뒤에 있는 산은 야트막하긴 하지만 깊은 산으로 사계절 등산객들이 많았다. 지금 이시간도 나이 많으신 할아버지라면 산을 오르시는 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잠을 깨운 그 소리는 젊은 여자의 음성..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