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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달밤에 태어났다

나는 달밤에 태어났다(2) 엄마도 아빠도 없던 내게 할머니는 ‘너는 달이 낳았지.’라며 귀에 딱지가 앉도록 이 이야기를 해 주신 것이다. 사실 학교들어가기 전까지 친구도 없었던 나는 그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었다. 밤하늘을 바라보며 ‘엄마’라고 불러보기도 하고 달이 대답 없이 반짝이기만 하더라도 나는 좋았다. 하지만 학교를 가고, 아기는 그렇게 생기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부터는 이 이야기기가 지어낸 것이라는 것을 확신하였다. 달은 지구를 맴도는 위성. 물도 공기도 없는 별. 암스트롱이 찍은 발자국이 있는 곳. 아무도 살지 않는 무척 추운 곳. 이것이 내가 학교에서 배운 달에 대한 상식적인 이야기이다. 나는 할머니가 탯줄이 섰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까지 어떻게 지어낼 수 있었는지 궁금했지만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무렵에 필리핀 외숙모.. 더보기
나는 달밤에 태어났다(1) [나는 달밤에 태어났다] 달이 휘영청 밝은 7월의 밤에, 도암댁은 건너 마을 아들네 집에서 저녁을 먹고는 천천히 재를 넘어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반주로 한잔한 막걸리의 기운 때문에 오랜만에 배실 배실 웃음이 난다. 도암댁의 머리위로 가까이 내려앉은 달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그녀의 길을 밝혀 주었다. 이 길을 지나다닌 지 오래지만 그녀는 꼭 이 재를 넘어갈 때 다리가 후들거린다. 그래서 한번은 숨을 고르고 서야하는 것이다. 오늘따라 기분도 좋고 달이 밝아 자꾸만 눈이 하늘을 향했다. 그녀는 하늘에 터질 듯이 부푼 달을 보고 있자니 불연 듯 가슴이 벅차올랐다. “저렇게 무시무시하게 부푼 달은 처음이구먼. 내가 진구 뱄을 때 내 배도 저만큼 빵빵했것제. 하문, 진구 걸마를 낳기 전에 배가 터져 죽지 않..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