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좋아하는 시인 문태준씨의 시를 읽었다.
것도 직접 빌려서...
요즘 시는 인터넷에 떠도는 짤막한 것들만 읽는 것 같다....
역시나 문태준 씨의 시는 편안하고 잔잔하다.
그렇다고 감동이 없는것도 아니다.
감동은 ....이루 말할수 없는 크기로 덮쳐온다.
<가재미>
감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마리 가재미로 눞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아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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