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잊혀진것은 지금도 신발장위 서랍속에 있을 지금은 시켜먹지 않는 가게의 치킨쿠폰 6장 뿐이다.
무엇이 잊혀졌다는게 무엇일까?
기억에서 사라졌다는것일까?
나는 문득 영화속에서 첫사랑에 가슴아파하는 남녀를 볼때 어떤 기억이라기 보다 아픈 감정이 먼저 떠올라 가슴이 짠 해져올때가 있다. 영화가 한참 진행될 무렵에 그제사 그 감정의 이유가 된 기억들이 뒤늦게 기억이 나곤 한다. 그리고 잊혀진 줄알았는데 하며 그냥 웃어버린다.
사랑뿐만 아니라 잊혀진것 같았던 옛날의 일들이 어느날 문득 하나의 감각처럼 느껴질때가 있다. 내 가슴속 어딘가에서 달고 쓰고 짠 그래서 뭐라고 표현할수 없는 감각이 되어 어느 순간에 불쑥 나타나곤 한다.
살아온 모든 순간을 기억할 수는 없지만 머리가 잊어버린 것들은 우리는 감각으로 라도 기억하고 사는건 아닐까. 그것은 나의 일부가 되어서 어떤 자극에 의해서 반응을 하는 반사 작용이 되어 나를 웃게 하고 울게하고 화나게 하는지도.
그래서 그것은 잊혀진 것들이 아니다.
떠올리려고 애쓰지도 않는 정말 사소한 것들이 아니고서야 나는 모든걸 내안에 심어두고 살고 있는것 같다.
나는 아직도 영화 러브레터를 보며 눈물을 글썽인다. 싸구려 커피를 마실때면 20대를 보냈던 도서관을 기억하며, 가끔씩 오래된 가수의 노래를 들을때면 별것 아닌것에 열광하던 10대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이것들 모두가 세월이 지나 내가 되었다. 잊혀진 것은 없다. 모두 내가 되었다.
단언컨데 정말로 잊혀질것은 아무렇게나 서랍속에 던져넣어버린 이제는 시켜먹지 않을 그 집의 치킨쿠폰 6장 뿐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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