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종이 썸네일형 리스트형 시집 종이 - 신달자 바람의 시 바람이 집을 지었다 무 속에 집을 지었다 한겨울 저렇게 깊고 그윽한 하얀 속살 속으로 나도 들었으면 바람에게도 온 몸을 숙이고 무를 파고 들면서 까지 반드시 은거하고 싶은 하얀 속살의 집이 필요했는가 한 장 종이의 은근한 비밀이 필요했는가? 사약 사약을 받는다 다시 사약을 받는다 천만 번째 사약을 마신다. 그는 단 한번도 죽은 적이 없다 서슬 푸르게 종이의 정신은 사람들의 변절 앞에서도 번뜩인다. 꽃 비친다 하였으나 나 어린 처녀 때 가랭이에 물컹 살점 떨어지는 기미 있었는데 "꽃 비치는 기라, 말하거래이" 어머니 일러 두었건만 아무리 생각해도 꽃은 아닌 것 같아 문 걸어 잠그고 나 그걸 종이에 묻혀 보았는데 살점도 아니고 붉은 피고 아니고 꽃은 더욱 아니었는데 첫 경도를 종이에 바친 종이에게..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