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은 나의 작업실이다.
내가 반드시 해야만하는 작업은 없지만 마감이 있는 사람처럼 짐을 챙겨 나는 매일 도서관으로 향한다.
나는 지금 작가처럼 보이는 여자의 옆자리에 앉았다.
열람실 입구에서 부딪히고는 남달리 고상한 옷차림에 나는 그분에대해 궁금해졌었다.
그리고 마침 그분 옆자리가 비었다.
글을쓰고 있고 책상위에 많은 책들이 있는걸로 봐서 작가일 확률이 80%이상임을 확신한다.
'다닥 다닥 ..탁탁탁'
거참 자판 소리하나 소란하다.
무엇을쓰는지 궁금하지만 알아낼수 있는 실마리는 노트북 옆의 두권의 추리소설뿐이다.
그녀는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고 처음부터 다시 읽기를 반복한다.
주인공이 쫓기기라도 하는것일까..자판소리가 쫓기는 발소리를처럼 들린다.
하지만 저사람 너무 몰입해있다. 아주 이 열람실을 타자소리로 채워 놓았다.
집중할수가 없다.
나도 작업을 해야 하기때문에 이분 좀 자리를 비켜주셔야 겠다
귀찮은 족속을 조용히 자리를 뜨도록하는 세가지 방법이 있다.
첫번째로 발로 목표물의 발을 거슬리게 쳐본다.
싸움이 날수도 있지만 싸운뒤라도 기분이 상해서 자리를 옳길 확율도 있다.
나는 바로 실천한다. 그런데 이사람 좀 둔하다..아니 자는 것일까
두번째로 코를 훌적거려본다.
열에 열 모두 더러워서 자리를 옮긴다.
나는 마른 코지만 최선을 다해서 훌쩍여도 보고 기침도해본다.
이사람 글쓰는데 푹빠졌나보다. 기특하지만 그래도 공공의 적이다.
마지막으로 노골적으로 눈치를 주자
눈을 마주쳐본다, 그리고 흘끗흘끗 쳐다보자.
그래 먹히는구나.
이사람 조금 불편해한다. 그래 우리들도 불편하다구요
뭔 소설나부랭이를 쓴답씨고 저렇게 소란을 떠는지 흘끗흘끗보았다.
밑도 끝도없는 그 소설은 우왕 좌왕한다.
미안하지만 작전은 성공했다.
그럼 이제 나도 작업을 해보자
---------------------------------------------------------------------
일주일간 집에서 씨름했지만 더이상 이야기의 진도가 나가질 않아서 짐을 싸들고 집을 나왔다.
내가 첫 단편을 썼을때도 문단에 이름을 알리는 작품을 썼을때도 마무리를 동네도서관에서 했다.
집은 아늑하고 따뜻하여 위기에 처한 절정의 주인공의 감정을 마음 속 갚은곳에서 끌어내기에 번번히 실패한다.
아~~ 그리고 그 도서관에서의 커피..그 싸구려 커피가 나를 또한 초심으로 분명히 이끌어줄것이다.
밖은 무척 추웠다. 이런날은 마냥 집이 좋은데..나는 반드시 오늘 원고를 마감하고 싶었다.
간밤에 쌓인눈으로 사람을 적겠거니했지만 의외로 이동네 주민들의 책사랑은 대단했다.
자리는 사람들로 꽉꽉 들어 찼다. 마침 한자리가 비어 가방의 물건들을 풀고 다짜고짜 작업을 시작했다.
나는 주인공이 위기를 스스로 극복하기를 바랬지만 그것 때문인지 이놈이 자꾸만 똑똑해지는것이 눈에 거슬렸다. 첨에는 이녀석은 별것아닌 나의 작은 함정에 빠질정도로 골통이었는데 말이다.
어쨌든 가보자 사람은 위기속에서 성장하니까..
한참을 주인공과 씨름하는 통에 옆자리의 사람에대해 신경쓰질 못했다.
화장실을 갔다가 내자리를 응시하면 오는데 옆자리에 앉은 아가씨가 내 노트북을 뚫어져라보고 있는것이었다.
아차~ 쏟아지는 단어를 가쁘게 받아내느라 참고있던 오줌보를 비우는데 급해서 글을 덮고 오는것을 잊었다.
혼자 목욕중에 누군가 왈깍 문을열어버린 같은 기분이 든다.. 아직 때를 다 빼려면 더 시간이 필요한데 부끄러워 마음이 급해지는것이다.
덮고 가고싶었지만 지금 같이 잘써지지않을것 같아서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흐름에 몸을 맡기기로했다.
'닥다다 탁탁'
내 타자소리가 요란하긴 했다.
그러니 사람들이 흩긋 거렸겠구나싶었지만..지금 주인공녀석이 한바탕 요란을 떨고있는 중이니까..어쩔수 없다.
그런데 옆자리의 아가씨 이젠 대놓고 나의글을 읽는것이다.
그여자는 도서관의 에티켓을 알정도로는 멀쩡하게 생겼는데 뭐지 이건...내가 보고 있는데도 집중하여 나의 글을 읽고 있는것이 내 이번 작품이 꽤 잘됬단 말인가?
어쨌튼 지금은 괴씸한 아가씨 덕에 일을 더 할수는 없겠다는 판단에 정리한다는 약간의 신호를 그녀에게 보냈다.
그녀는 아쉬워하는듯 웃었다.
다쓰진 못했어도 그런대로 될것 같은 작품을 얻은듯해서 기분이 좋다.
짐을 다 정리하고 일어나 문을 나서려던 참에 뒤를 잠깐 돌아보니 그 아가씨 엎어져 잔다..
흠....혹시 내글을 흘끗거렸던것이 아니고 졸고있었던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