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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선인장

내 인생은 평범하다. 애써 '난 특별하다 '고 최면을 걸어도 지금 여기에 있는 나는 초라하다.

30년 생의 고비고비마다 나는 늘 혼란해 했었다. 겁장이였기 때문에 느끼는 큰 혼란이었다.

겁장이는 늘 변명한다.

내가 지금부터 내 인생에 대해 변명하려 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큰 혼란는 20대 부터 였지만 10대부터 나는 몰락해가고 있었을 것이다.

그때에 꿈이있고 젊음이 있어서 인생이 가라앉기엔 조금은 가벼운 시절이었겠지만 몰락은 준비되고 있었다.

내게 인생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두려움이 날 현실에서 항상 도망치게 했다.

이 사실을 인지한 때는 모든게 망가져 버린 뒤였다.

모든게 망가지고 매일밤 어디로가서 죽어야 할지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 생은 조용히 물었다.

'한번이라도 너답게 산적이 있었나?' 

나는 이날을 기억한다.

나답게 한번 살아봐야겠다고 변명하며 나는 내 삶의 마지막 숙제를 위해 일어난 것이다.

"너 자신을 그냥 인정하고 살아 줬으면 해"

그 사람은 나와 감정이 예민해져 있는 순간엔 항상 이렇게 이야기했다.

나는 살아보기로 결정한 그날 이후로 나를 만나기 위해 어디든 갔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내가 있을만한곳  어디에든 가서 나를 만났다..

과거의 나를 만나 위로를 주며, 현재의 나에겐 냉정함게 살아가기를 이야기했고, 미래의 나에게 꿈을 꾸게 하였지만 버텨갈 용기는 나에게 오지 않았다.

나는 이미 나와의 싸움에서 무릎꿇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위로든 용기의 말이든 나의 상처는 회복되지 않았다.

아무에게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오래동안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그는 나의 고통을 알고 있었다.

"받아들이라"는  그의 말을 못들은 척 할 수 밖에 없었다.

모든걸 인정하고 살기에는 내 삶이 너무나 비열했고, 내가 온전히 나 인체로 살아갈수 있다는 희망도 없이 주저 앉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넌 변하지 않아"

내겐 죽음의 선고와도 같은 이말을 그는 마지막으로 나에게 던졌다.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 옛날의 엄마와 마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엄마.."

".............."

엄마는 늘 대답이 없었다.

몸이 약했던 엄마는 몸이 아프면 상처난 짐승과 같았다.

가까이 간다면..상처 받을 것이다.

"왜그랬어 엄마..난 겨우 6살도 되지않았어.."

"..........."

"엄마만 아팠던게 아니야.."

"내가 힘들어 다 귀찮았을 뿐이야. 이해해 주면 않되겠니?"

"하지만 난 기절 할만큼 무서웠다구...기절할 만큼.."

난 그때 가까이 가서는 않될 생존의 욕구만 남은 엄마에 의해 상처 받았다.

엄마는 자신의 상처을 보호하기위해서 가까이 다가가는 날 소리치며 밀어내 버린것이었다.

"그깟 상처때문에...."

"니가 뭘 알아..."

"그래도 엄마잖아.."

".............'

엄마는 어느새 돌아앉아 버렸다.

나는 아직할말이 많은데 이해하란 말만 던지고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다.


" 그때부터난 두려움 때문에 도망치며 살았던거야."

"그냥 잊어버려."

"말처럼 쉽지않아."

"하지만 다들 그렇게 살아."

내가 아는 사람들이 돌아서 버릴까봐 나는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돌아서 버릴때가 많았다.

난 뭐든 열심히 했고, 미래에 대해서 계획도 세웠지만...정작 나는 내가 해낼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는데 너무 무기력 했었다.

내게 오직 가진거라곤 나를 방어하는 본능..나를 감추는 본능 뿐이었다.

그때 엄마가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나는 나인채로 살기위해 여기서 떠나야만 했다.

나를 위로하는 짓은 그만두고 차라리 혼자라서 나를 열어두고 살아갈수 있는곳. 

모두가 가시를 품고 살아서 아무도 위로하지 않아도 되는곳.

문득 선인장이 생각이 났다.

오로지 생존하기 위해 방어하며 살아가는 나를 닮은 선인장.

황량한 사막가운데 홀로 우뚝서서..스스로 사막이 되어가며 살아가는 생명체.

목마른것들이 뜨거운 모래에 발을 묻고 사는 그곳으로 가자.

그는 말리는 것조차도 포기한듯했지만..돌아오고싶을때 돌아오라고는 말해주었다.

그는 오아시스 같았다. 

"고마워"

하지만 나는 돌아오지 않을것처럼 그를 떠났다.

나는 광명정신병원 입원증을 들고 병원정문을 들어섰다.

건물 꼭대기의 광명이란 글자가 나를 편안하게 해주었다.

미치도록 밝아서 내 어둠이 달아날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무그늘밑의 벤치에 선인장들이 앉아 있었다. 

나를 보는 선인장들이 내게 함박웃음을 지어 주었다.

그들은 나를 받아 주었다.

나를 선인장으로 온전히 받아주었다.



그거면 됐다..

여기 어딘가에도 오아시스가 있을것이다. 분명히.....

하나님 내게도 이제 용기를 주세요..살아갈 용기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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