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둥 두구두구 둥둥 챙~~"
오늘밤에도 작게 들리는 드럼소리를 듣고 나는 자다가 깨어 그 소리에 집중했다.
그리고 이 소리의 주인을 생각하며 나는 작은 미소를 띄우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나는 빌리언이라는 유럽의 작은마을에 사는 안나라는 이름을 가진 17살 소녀이다.
우리마을은 유럽의 산악지대에 있어서 근대화가된 지금도 외부인의 출입이 거의없고 또한 산세가
험하다보니 전화나 컴퓨터, TV 같은 문명의 이기는 여기선 구경도 할수 없다.
하지만 오랜 옛날에 우리마을에 들어오신 선교사에의해 우리는 다른 도시에 못지않게 빨리
계몽되었다고 들었다.
그리고 그 선교사님들의 자녀의 자녀들이 대를 이어서 함께살면서 우리마을에 새로운 지식과
문화를 보급하시는 역할을 해오고 계신다.
밤마다 들리는 저 드럼소리도 요한선교사님의 아들인 찰스가 학교에서 늦게 돌아와서 주일 예배
를 위해 연습하는 것이다.
우리집은 선교사님댁의 이웃이지만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관습때문에 집과 집사이는 8차선 도로
가 날수 있을정도로 떨어져 있어 드럼소리지만 작게 들리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이 이 험한 산골에 정착할 때 그들은 모두 범죄자들 이었다고 한다.
함께 어딘가로 부터 도망쳐나와서 마을을 꾸리고 살긴 했지만 서로서로를 믿지 못했다고 한다.
이웃과 이웃사이의 경계심은 집과 집의 거리로 나타나고 각자 교류없이 자급자족을 하며
살아왔으며 결혼또한 외지인과 하는 풍습도 생겨났다.
최초의 선교사님으로부터 지금의 선교사님까지 모두들 이런 관습을 없애고자 노력했으나 왜인지
모를 마음의 벽들이 있어 서로 경계하고 무관심하게 지낸다고 했다.
그나마 주일예배가 있어 일주일에 한번은 마을 사람들이 모인다.
그러나 모두가 무표정이다..
집에서 다정하시던 아빠와 엄마조차도 다른사람앞에선 무관심 무표정이시다.
선교사님의 이웃을 사랑하라는 설교는 지겹도록 듣지만, 모두 카인의 후예같이 각자의 성을 쌓고
들어앉아 하나님이 용서해주실거란 확실한 증표나 있는것 처럼 요지 부동했다.
그래서 나는 선교사님과 찰스의 미소가 좋았다.
주일마다 보는 그 미소가 언젠가는 마을사람들의 마음을 봄바람에 눈 녹듯이 녹아내리게 할것 같
았기 때문이다.
어느때와 같은 주일이었다.
때아닌 진눈깨비로 눈을 털며 교회에 들어섰을때 나는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했다.
교회에 누군가의 죽음을 알리는 검은 깃발이 걸려 있었다.
그러나 누구하나 서로에게 말거는 이도 없이 그저 침울한 얼굴로 모두 앉아 있을 뿐이었다.
'마테네 할아버지가 돌아 가셨나?'
고 생각하며 앉아 있는데 선교사님께선 단상에 올라오셨다.
"수요일밤에 우리의 사랑하는 형제 안드레가 하나님께로 돌아 갔습니다." 하시며 고인의 명복을
비는 기도를 시작하셨다.
안드레 아저씨는 나와 같은반인 수지의 아버지시다.
말은 해보진 않았지만 수지도, 그의 아버지도 좋은 사람같았었다.
어쩌다 돌아가신거지?
"그를 살해한 자는 하나님께서 심판하시리라 믿습니다." 라는 선교사님의 말씀에 퍼뜩 정신이
차려지지 않는가...
살인이라니....교회안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간단하게 영결식을 마치자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나는 엄마와 아빠 뒤를 따라갔지만 서로 말이 없었다.
"둥둥 두두두두 둥두 탁탁~~'
드럼소리다.
나는 자다가 드럼소리를 들으려고 정신을 차리고 귀를 귀울이는데 거실에서 아직 주무시지 않은
부모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 살인이라니 우려했던 일이 일어날 모양이군.." 아버지셨다.
" 항상 조심하라는 아버님 말씀이 생각나네요."
" 그래...피는 속일수 없지...도끼로 머리를 찍다니...."
아버지는 내가 아는 것보다 좀더 자세한 이야기를 계속 하셨다.
300년전에 나라에서 늘어나는 범죄자들을 처리하고자 중범죄자들을 모아 금수가 우글거리는
이 깊은 산중에 버렸다고 한다.
대부분은 사나운 산짐승에 의해 죽음을 당하였지만
그 중 몇은 천사의 도움으로 살아 남았다고 한다.
그들은 천사와 더이상 범죄하지 않기로 맹세했고 천사는 다시 죄를 지을땐 심판하러 오겠다는
메세지를 남겼다고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약속을 잊어버렸는지 마을엔 절도 같은 작은 범죄가 생기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서로 죽이기 까지 했다는 것이다.
집집마다 담이 높아지고 서로를 믿지못할때 최초의 선교사인 윌리엄 선교사님이 이곳에 오신것이다.
마을사람들은 그를 심판하로오신 천사라고 였겼다고 한다.
마을은 선교사님이 오신이후로 다시 살만하게 된 것이었다.
모두 마을 한가운데 서있는 교회의 십자가를 보며 긴장하며 살았던 것이다.
근대화가 되고 마을사람들은 많은 지식을 배웠지만 언제 다시 그런 무서운 일이 벌어질지 두려워
하고 있었는데 또다시 끔찍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아버지의 말에의하면 산아래 동네에서 신고하고 경관이 오려면 한달은 걸린다고 했다.
한달이....지옥같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다음날 아침
"챙그랑" 부엌에서 접시 깨지는 소리가 났다.
"여보....또...누가 죽었나봐요.."
엄마는 창가에 서서 떨고 계셨다.
나는 엄마곁에 가서 밖을 내다 봤다.
멀리 교회탑에 검은 깃발...
지난주 장례를 치르고 분명 내리는걸 봤는데...
오늘부터 학교도 어디도 나가지 못하게 되었다.
아버지의 명령이었다.
아버지는 매일 집주위를 점검하고 문고리를 새로 다시고 창문 곳곳을 아예 못으로 박아 버리셨다.
주일이 될때까지 교회탑에는 두개의 검은 깃발이 걸렸다.
주일아침에 우리는 교회에 갔다.
40명 가량되는 마을 주민중에 반도 않온것 같았다.
교회단상에 2개의 관이 놓여있었다.
붉은 지붕집의 마리네 가족이 울고 있었다. 마리의 엄마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마을 입구에 사는 스잔나 아주머니도..아이를 안고 울고 계셨다..아저씨가 않계셨다.
선교사님이 단상에 올라오셨지만 계속 아무말이 없으셨다.
" 여러분..오늘 ...우리의 사랑하는 자매 리브가와 사랑하는 형제 사울이 ....하나님께로....
돌아 갔습니다..."
선교사님의 목소리는 무척 떨렸다.
"여러분 저는 저희 아버지로 부터 이마을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여러분의 조상이 과거에 어떤 분이었든 간에 지금 여러분은 모두 하나님의 자녀이며
천국의 백성들이 십니다.
다시 회개하십시요
리브가 자매와 사울 형제를 여러분이 죽이진 않았어도 회개하십시요.
이웃을 사랑하지 못하고 살아온 여러분 모두 회개하셔아합니다."
모두 말이 없었다.
마리의 흐느끼는 소리와 아기가 칭얼거리는 소리밖에..들리지 않았다.
교회 입구에 선교사님께서 한사람 한사람에게 조심하라는 당부의 말을 해주고 계셨다.
우리 가족의 차례가 되었을때 선교사님은 내 어깨를 두드리며 웃어주셨다.
"마을을 위해서 기도하거라" 라고도 하셨다.
아버지는 선교사님께 언제쯤 경관이 올수 있냐고 물으셨고 폭설이 와서 길이 끊기기 전에
오시길 기도 하고 있다고 하셨다.
"둥둥..두두둥..두두두두..챙..."
밤에 들리는 드럼소리로 나는 찰스가 살아있음을 확인했다.
그의 드럼소리도 희미하지만 슬프게 들렸다.
아버지는 사람들의 피가 끓기 시작한것 같다고 했다.
피가 끓어??
내 피에도 범죄자의 피가 흐를텐데...그럼 내 피도 끓는다면...나도 살인할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가인의 자손일수 밖에 없는가?
나는 이런 끔찍한 생각으로 잠을 잘수가 없었다.
찰스도 잠이 오지 않는지 늦게까지 드럼치는 소리를 들었다.
'찰스..무사해..'라고 늘 열려있는 교회와 담도 없는 그의 집이 걱정이 되어서
기도 아닌 기도를 하며 잠이 들었다.
아...3개의 깃발...수요일부터 한개씩 걸리던 깃발이 벌써 3개가 되었다.
주일날 엄마는 두려워 교회에 가지 말자고 했지만..아버지는 선교사님을 만나야 겠다며 모두
가자고 하셨다.
도대체 누가 왜..이런짓을 하지...
알수 없는 화가 목구멍에서 치밀어 올랐다..
특히나 교회에 모여서도 서로 눈을 마주치지않는 마을 어른들에게 더욱 화가 났다.
이럴때일수록 모여서 힘을 모아야 하지 않겠냐고..
이번엔 동기인 모세가 검은 상복을 입고 서있었다. 그의 형 마가가 죽은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두명은 내가 잘 모르는 사람들의 가족이었다.
"벌써 3주가 지났습니다.
너무나 많은 생명들이 희생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지켜보고 계십니다.
모두 서로를 용서하시고 힘을 모읍시다.
성도님들 모두 희생자 입니다."
선교사님도 나와 같은 생각 이셨다...
그날 이후에 선교사님과 남자 어른 10명 모여서 자정까지 마을 순찰을 하셨다.
물론 아버지도 함께 하셨고, 모세와 찰스가 기어이 끼어달라고 해서 13명의 남자가 한집 한집을
돌며 점검했다..
그래서인지 금요일인 지금까지 교회 탑에는 검은 깃발이 없었다.
제발 빨리 경관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
마을 순찰대들은 집집마다 흉기가 될만한 위험한 물건을을 회수 했다.
그러면서 피묻은 도끼와 피묻은 칼등을 발견하면서 살인자 일것으로 추정되는 10명을 교회창고에
가두었다고 했다.
아버지는 10명이 대부분 피해자의 가족들이었다고 한다.
자신의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이성을 잃어 다른 사람을 죽이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오늘은 토요일....
내일이면 경관들이 도착한다고 한다..
마을엔 눈이 벌써 많이 쌓였다.
이 눈이 마을사람들의 분노와 원망을 덮어주었으면 했다.
아버지는 마지막 순찰을 나가셨다.
엄마와 나는 화로곁에 앉아 아버지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10시쯤 ..
"똑똑똑..안나!!! 안나!!!"
하는 남자아이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모세 같구나, 이시간에 웬일이지?" 하고 엄마는 놀라 일어섰다.
엄마와 나는 창문을 열고 밖을 보았다.
모세가 눈을 맞으며 서있었다.
"안나, 아저씨가 다치셨어 칼에 찔리셨는데 선교사님께서 어머니 빨리 와보시래.."
아...버지가....
어머니는 황급히 옷을 입으시고 모세가 가리치는 쪽으로 달려가셨다.
나도 가려는데 위험하다고 집에 있으라고 하시며..
나는 모세와 어머니가 뛰어가는 쪽을 보다가 문을 닫고 들어왔다.
"아버지 제발 무사하세요..."
마루에 무릎을 꿇고 나는 기도 했다.
"안나...."
그때 등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니와 분명 같이 뛰어갔던 모세가 문앞에 서있는것이었다.
그의 손에는 시퍼런 부엌칼이 들려있었다..
"모세....왜 니가....우리 아버지는?"
"우리 형이 죽었어"
"알아..너희 형이 지난주에 죽은거...."
"형은 널 많이 좋아했단 말이야...넌 ..알면서도 형을 무시하고 찰스를 좋아했잖아...
그것 때문에 형이 많이 힘들어 했다구...
그날도 늦게 술마시고 오다가 당했어...
다 너때문이야..."
라며 서서히 내게 다가 오는 것이었다.
아....하나님...도와주세요....
그의 눈은 이미 이성을 잃은듯 했다..아버지가 말씀하신 피가 끓는는 것이
저것이었구나...
나는 모세에게 멱살이 잡혀서 움직이지 못했다.
아. 하나님..이 마을을 저주해 주세요...라고 생각하던 찰라...뭔가가 내 앞을 가로막으며
모세를 덮쳤던 것이다.
내 앞에서 모세와 찰스가 뒹굴었다.
그리고 그것은 잠깐 이었다. 모세는 찰스에 깔려 움직이지 못하고 있고...찰스의 옆구리에선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찰스..
모세가 않보여 찰스가 찾으러 왔구나..
찰스..
그의 미소...그의 드럼소리..
"둥둥 두두두구 두구두구.."
순간 나는 머리속이 엉망이 되는것 같았다.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축 처진 찰스의 손을 보자 피가 거꾸로 도는것 같았다.
나는 어느새 바닥에 떨어진 칼을 주워들었다.
꿈틀거리고 찰스밑에서 나오려는 모세의 목에 칼을 내리 꽂으려 하고있었다.
"안돼 안나!!!!"
아버지의 목소리에 정신이 들었지만 내손의 칼은 이미 모세의 목에 있었다.
"삑!!!!!"
하는 경관의 호각소리가 귓가에서 들렸다..
아...이제 끝났군...
"주여...이들을 용서 하소서...."
눈물섞인 선교사님의 목소리가 등뒤에서 들렸다.
이렇게 마을의 연쇄살인은 8명을 마지막으로 끝이 났고..교회엔 한달동안 8개의 검은
깃발을 달았다.
나를 포함한 6명의 살인자는 모두 정신병으로 판정받아 큰 도시의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폐쇄된 사회에서 소통없이 살아온 결과, 신경이 예민하고 우울증 증세가 있고, 범죄를 저지를수 있
다는 강박이 이런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마을 사람들 모두다 그랬다.
모두 병원치료를 할것과 다른 도시로 이주해 살것을 권고받고 있다고 했다.
병원에서 격리된지 일주일쯤 선교사님이 찾아오셨다.
아시아로 선교하러 가신다고 했다.
그리고 나를 용서하신다고했다.
선교사님은 내 마음의 벽을 허물기를 바라셨다.
우리집의 담이 내마음에도 있단다..
"아직 밤마다 찰스의 드럼소리가 들려요...찰스는 일부러 밤마다 드럼을 쳤나봐요...
소리는 담을 넘을수 있으니까요..우리에게 이웃이 산다는걸 알게 해주고 싶었나봐요.
소리를 더크게 들을수 있게 담을 허물어야 겠어요"
선교사님은 웃으시며 돌아가셨다.
"그리고 모세...용서해줘..."
이제는 내 마음속에서 울리는 찰스의 드럼소리를 들으며 나는 기도아닌 기도를 했다.
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