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편

가을의 추억

더워 죽을것 같았던 여름은 벌써 가고 달리는 차창밖으로 푸른 나무들이 이제는 가을색을 발하고 있는 중이다.

가을. 秋. 단풍. 여자 나이 서른 다섯. 떠나야만 할것 같은 계절.

가을 햇살에 눈이 부시는 게 거슬려 눈을 찌푸리고 앞만보고 달리던 주희는 문경을 지나면서는 단풍이 물들어있는 조령산을 보며 흘끗흘끗 눈이 가지 않을수 없었다.

그리고 떠오르는 가을에 관한 짧은 생각들...

떠나야만 할것 같은 계절. 축제. 가디건. 코스모스....추워지니까...늑대목도리장만.

인생을 어떻게 살았길래 서른다섯해 가을을 혼자 보내고 있는것일까 하는 생각까지 이르러서는 반사적으로 한숨이 나오는 그녀다.

그래서 그녀는 가을에 대한 사념들 끝에 '그리고 한숨'이라고 덧붙였다.

 

전방 2km 앞에 문경새재휴게소가 있다는 표지판이 서있다. 그녀는 일년에 한두차례 고향집에 다녀올때면 가급적이면 빨리 고향과 멀어지고 싶은 생각에 쉬지도 않고 이 길을 달려지나갔다. 아파 누워계신 아버지의 얼굴과 자신에게 기대려고만하는 엄마의 눈빛...이것들을 바람에 씻기듯이 털어내지 않고는 서울로 들어갈수 없었다. 그래서 봄에도 여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도 중부내륙고속도로는 그녀에게 하나의 잊어버림의 의식처럼 뻗어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휴게소 표지를 보고나서 생각난듯 계기판을 쳐다보았다.

"이런..기름이 모자라겠네.."

그녀는 바닥난 통장잔고 때문에 과감하게 가득 주유하지 못하고 고속도로를 들어선 자신을 탓했다. 기름이 아주 바닥난건 아니지만 집까지 가자면 조금 빠듯할것 같았다.그녀는 높이 솟은 조령산의 끝자락 어디쯤일것 같은 휴게소로 깜빡이를 켜고 들어섰다.

"휴....칠칠치 못하기는..."

이라고 말은하지만 오랜만에 들른 휴게소라 그런지 그녀는 놀이동산에 막 주차를 한듯 설레여 왔다. 초가을의 중부고속는 그녀 인생의 중반부 어디인쯤인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높이솟은 봉우리와 깊은 골짜기를 보니 새도 넘지못한다고 문경새재라고 이름이 붙을 만했다. 괴나리 봇짐을 짊어지고 고개를 넘었던 옛사람들처럼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짊을 짊어지고 지금 이 고개를 넘는 중이다.

'그래 이쯤에서 쉬어가는 것도 좋지'

그녀는 손으로 해를 가리고 제일높은 봉우리끝을 바라보며 차 문을 열었다.

시원한 바람이 그녀의 코속으로 밀고들어왔다.

안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공기는 햇과일처럼 시원하고 달달했다.

 

한발한발 햇살을 밟으며 내디딜때마다 그녀는 놀이기구를 타러 냅다 달려야 할것처럼 들뜨는 마음을 진정시켜야 했다.

"김주희 아니야?"

그녀는 잘못들었겠거니 생각하면서도 반사적으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쪽으로 몸을 틀었다. 흩어지는 햇살을 등지고 휀칠한 남자가 서있었고 몇 초후 그녀도 모르게 가슴이 뛰었다. 그리고 곧 그녀는 그 남자가 대학시절 짝사랑하던 동기임을 알아차렸다. 아주 먼 옛날의 동화처럼 오래된 사람이다.

"김주희 맞지?"

그녀는 가슴이 뛰는걸 삼키느라 대답을 할수 없었다. 오래 전 잊혀졌던 이름이고 얼굴인데 가슴은 그를 잊지 않고 반겨주고 있었다.

그 남자는 반갑게 그녀쪽으로 다가 왔다. 2미터 정도 떨어져 있던 실루엣은 점점 뚜렷한 형상을 가지고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서기웅?"

"그래 나 기웅이야"

그녀 앞에 선 그 남자는 장거리 운전 때문인지 조금은 피곤해 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모르는 그는 15년 전에도 그녀를 설레게 했던 그 웃음을 천연덕스럽게 웃어보이고 있었다.

"하나도 않변했네.너.."

그의 웃음을 보니 그때 함께 보냈던 날들이 고스란히 떠올라 그녀는 이곳이 정말로 즐거운 왈츠가 흐르는 놀이동산이 된 듯 했다. 색색가지 풍선을 들고 회전목마를 타며 빙글 빙글 빙글.....시계태엽을 거꾸로 돌려 20살 그때가 된듯했다.

"너 아직 서울에서 일하지? 집에 갔다가 돌아가는 길이구나. 어떻게 이런데서 만나냐? 내 결혼식때 보고 처음이네.."

"그러게.. 하고 많은 휴게소중에서 딱 여기서 만나네."

그녀는 옛날에도 그랬듯이 감정을 숨기고자 짧게 대답했다.

"난 여기 경치가 하도 좋아서 들렀지. 주희너는? 밥먹었어? 점심땐데 밥않먹었으면 같이 밥먹자"

그는 벌써 발길을 식당으로 옮기며 주희의 팔을 끌고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자기에게 허물없이 대하는 그를 그녀는 고스란히 받아주고 있었다.

 

180cm가 넘는 휀칠한 키에 살지지 않은 몸매, 건강하게 까무잡잡한 얼굴과 시원한 눈, 서글서글한 말투까지 결혼한 남자라고 믿기지 않게 모든게 그대로였다.

그녀는 메뉴를 보고 있는 그를 흘끗 쳐다본 뒤 결혼한 사람이라는 것과 여전히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자기 암시를 걸고 나서야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주희 넌 자리에서 기다려, 내가 가지고 갈께"

"그래. 저쪽으로 와"

그녀는 사람이 적은 조용한 자리로 먼저가서 앉아서 주문한 식사를 가지고 오는 그를 보고있었다.

둘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때부터 그가 군대가기 전까지 1년동안 어울려다니며 항상 함께 있었었다.

그녀는 그를 처음봤을때부터 좋아했는지 모른다. 눈에 띄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러나 처음부터 그녀는 그가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저 친구로만 대하려고 무척 애를 썼었다. 평범한 얼굴,키,집안....그녀는 자신의 수준을 객관적으로 알수 있을만큼 냉정했다. 그녀의 그런 태도 때문이었는지 1년동 그는 유독 그녀와 편한 친구로 지낼수 있었다. 같이 몰려다니던 친구 수아는 그에게 고백했다가 거절당한후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다니는 일이 있었고, 같은 과 여자아이들 중 그를 좋아했기 때문에 그에게 가까이가지 못하고 가슴앓이만 하는것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그녀는 사랑보다 우정으로 그와 함께하기로한 선택을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야 구내식당에서 같이 밥먹던 기분난다"

"너 학교 구내식당 돈가스 좋아했잖아" 그녀도 그때의 기억이 났다.

"맞아 넌 회덮밥. 아직도 회덮밥 좋아하냐?"

"응. 기웅이 너는?"

"난 나이드니까 돈가스가 싫네. 지금가면 나도 회덮밥 먹을거 같다"

그는 가을햇살처럼 반짝이는 치아를 드러내고 웃으며 밥을 먹었다.

"기웅이 너네 회사는 창원아니니? 그렇게 들었는데. 작년에 철수선배 만났거든" 

"아직 창원에 있어. 내일 코엑스에서 컨퍼런스있어서 지금 올라가는거야. 가난한 회사라 비행기는 않태워주네."

"그래도 지방에서 그만하면 큰 회사잖아. 아쉬우면 서울로 올라오시던가"

"그래? 그럼 이참에 그럴까?"

그 이야기에 그녀는 그가 올라온다면 칙칙하고 우울한 서울이 얼마나 환해질까 하는 생각을 잠깐했다.

 

그녀는 대학 1년간 그 덕분에 얼마나 환하게 지냈는지 따뜻한 기억을 더듬었다.

그는 유쾌한 성격 덕에 주위에 사람이 많았었고 수업도 실험도 항상 같은 조라서 그녀도 친구들의 관심을 함께 받아왔었다. 그녀와 그가 친하다는걸 아는 여학생들은  가끔 그녀에게 그에 관한 질문도하고 그에게 줄 편지도 건내주고 가기도 하였다.그럴때면 그녀는 그의 보호자나 된 듯한 기분이들어 우쭐해지기도 했었다. 물론 그런 편지나 고백들은 그녀의 가슴을 아프게 했었지만 그때의 그녀는 지금보다 더 예리하고 날카로와서 필요없는 감정에 흔들리는 실수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땐 상처받기 싫어 마음을 열지 않는 성숙하지 못한 새를 그녀의 가슴에 키우고 있었던것 같았다. 서른이 가까워와서야 사랑을 할땐 상처도 다 드러내 놓아야 한다는걸 알게 되었는데, 그래도 역시 그때나 지금이나 그녀에게 사랑은 어려운 것이다.

 

"철수선배는 자주 만나?"

그가 잠깐의 침묵을 깨고 그녀에게 물었다.

"일년에 한번 볼까 말까"

"그 선배 너 좋아했었는데 알았어?"

"지금은 결혼하셨잖아, 옛날일인걸"

철수 선배는 그녀가 신입생때 복학한 2학년이었는데, 같은 과내 동아리를 하면서 그녀와 친해지게 되었다. 그 사람은 그녀를 좋아한다고 전교생에게 소문을 내놓고 다닌데다가 선배들 졸업생 송별회때 그녀와 브루스를 추자고 소란을 피워 시끄러웠었다.

그때 그녀는 서기웅, 그와  함께 있었다. 그에게 부킹을 신청해오는 여자들 때문에 놀수가 없다며 여자친구인척 자기 옆에 앉아 있어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들었다면 조금 재수없었을 상황이기도 했지만 여자친구인척 하며 앉아있는 그 시간이 그녀에게는 어떤 시간보다 행복했었다. 2시간여 동안 그의 여자로써 그의 옆자리를 지키며 그냥 그대로 시간이 멈추었으면 하고 바랐지만 그 시간은 지금 추억이 되었다. 그때 철수 선배가 그녀의 꿈같은 시간을 훼방놓았기 때문에 그녀는 그 선배에게 이유없이 화가날수 밖에 없었었다.

 

"선배는 잘 사시고?"

"그렇지 뭐"

"우리 나가서 커피도 한잔 하자. 않바쁘지?"

그들은 빈그릇을 퇴식구에 반납하고 연한 원두커피를 들고 큰 산봉우리가 마주보이는 벤치로 갔다.

"또 가을이 왔구나. 시간 잘간다 그지?"

그는 담배를 빼어물고 조심스럽게 불을 붙이고는 시간 타령이다.

"너 결혼하고 7년이나 지났네. 결혼생활은 재미있어?"

"......나 이혼했어 혼자지낸지 5년 돼간다"

"....."

"왜그랬냐고 묻고 싶은거지?"

그는 별 동요하는 기색없이 앞의 울긋불긋해지고 있는 산봉우리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성격차이지 머. 내가 맞춰주기 힘들더라고. 와이프는 내가 완벽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나봐. "

"둘이 잘 어울렸던것 같았는데. 마음아플텐데 이런거 물어봐서 미안해"

그는 담배연기를 길게 뱉어 내고는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시간이 지나서 괜찮기도하고 이혼한거 잘한거 같아서 아무렇지도 않아. 결혼,이혼..이 나이에 많은일을 겪고나니 어른된 기분이다."

그녀는 커피의 따뜻한 기운이 현실감 없게 느껴질정도로 기웅이의 이혼사실이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늘 따뜻했고 다정하게만 느껴졌던 그였는데 그동안 무슨일이 있었던 것일까? 우린 1년동안 단 한번도 싸워보지 않았는데... 만나면 웃을일 밖에 없었었는데...

"넌 아직 결혼 않했지? 우리 주희가 남자들한테인기도 많았는데 왜 아직 결혼을 않하고 있지? 너 너무 고르는거 아니야? "

"그렇게 보여?"

"아니. 그냥 쉽게 생각하란 뜻이야."

"어쭈, 어른 됐다고 가르치네"

"어른은 무슨..그렇다는거지"

둘은 저 높은 봉우리와 깊은 골짜기를 바라보았다. 골짜기를 따라 바람이 이는지 일제히 한방향으로 머리를 푸는 나무들이 장관을 이루었다.

"학교다닐땐 같이 여유있게 이렇게 이야기해본적이 없는것 같네. 늘 이놈 저놈 여럿이 어울려다니고 시끄러운게 재밋는건줄 알았지."

"아무 생각없이 살았으니까"

그때 갑자기 그가 그녀쪽으로 몸을 휙 돌려 주희의 눈을 뚷어지게 바라보았다. 그와 눈이 마주친 그녀는 애써 당황하는 기색을 감추려고 먼산을 보며 커피를 들이켰다.

이런일이 전에도 있었던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때 ....그의 부인, 그러니까 바로 아래학번의 김지연이 그녀를 통해서 그에게 고백을 할 때 였다.그녀가 그에게 지연이의 편지를 건내 주었을때 그는 이렇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때는 주희의 졸업생 환영회자리였고 갓 제대한 기웅이 자리에 있었고 지연이 나에게 간곡히 부탁을 하는 바람에 그를 불러내서 교정 벤치앞에서 그에게 지연의 편지를 건내주었다.

그녀가 생각해도 지연은 괜찮은 아이였다. 예쁘기도 성격도 쾌활하고, 구김살없이 자란티가 나는 5월의 장미같은 아이였다.

기웅을 좋아했던 다른 여학생과는 달리 주희도 지연과 기웅이가 잘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조금은 진지하게 그에게 전해 주었다. 그때 지연의 편지를 다 읽은 그가 주희를 그렇게 쳐다 보았다. 그러고는 '너는 괜찮아?' 하고 물었던것 같았다. 뭐가 괜찮냐는 건지 잠깐 헛갈렸지만 지연이와 그가 만나는게 괜찮냐고 묻는것 같아서 '그래'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났다. 그래서 둘은 잘되간다고 생각했는데 결혼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둘은 끝내 헤어지고 말았다.

 

"너 정말 생각없이 살았어?" 기웅이 물었다.

"나라고 별수 있어?"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를 가라않히려고 헛기침을 몇번이고 했다.

"너 아직도 말할때 기침하는 구나. 괜찮아?"

"응...별거 아냐."

절반도 마시지 못한 커피는 미지근해져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커피는 손에서 내려놓고 구석에 펴있던 코스모스를 꺽어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내가 아는 너는 그동안 실수 하지 않을려고 많이 생각하고 참으면서 산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야? 세상을 다 안다는 표정? 한마디로 애 늙은이였잖아...물론 난 너의 그런점이 좋았지만.."

"그랬구나."

"니가 많이 힘이 돼 주었어. 비록 1년이지만..그리고 가끔 군대로 편지도 써줬잖아."

"잘 살고 있나 가끔 궁금했지"

"넌 그동안 잘 살고 있었어? 나 답지 않게 진지하게 묻는거야"

그는 정말 그답지 않게 진지한 목소리였다. 그는 언제나 한톤이 높은 아이같은 목소리고 말했었는데 언제부터 중저음의 묵직한 목소리가 되어있었다.

이런저런 삶의 고난들이 그를 어엿한 남자로 만들어 준것 같았다. 새도 구름도 함부로 넘을수 없는 문경새재처럼...

"응 잘 살고 있었어. 연애도 하고 돈도 벌고, 남들과 다를바 없이 살고있어"

"여전히 넌 마음을 잘 숨기는구나"

"아냐, 진심이야. 살아보니 별거 없더구만."

"..............."

 

바람이 시원했다. 여기는 휴게소. 모두들 잠깐 들렀다가 가는곳. 이곳에서 그의 만남은 또 잠깐 스쳐지나가는 인연이 되버리는 것일까 그녀는 생각했다.

"시간 많이 지난것 같네. 서울에서 일끝나면 연락해. 선배들이랑 술한잔하자"

"주희야...."

남은커피를 잔디에 뿌리며 일어서려는 그녀를 그가 불렀다.

"왜?"

"니가 1년동안 6번의 고백편지를 나에게 주었어"

"내가 아니고 다른 여학생들이지"

"그래..그런데 어느 순간에 니가 전해주는 그 편지가 너의 마음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편지를 건내주던 네 눈빛이 6번이나 내 마음에 박혔으니까. 한사람에게서 6번이나 고백을 받은 기분이랄까."

"그랬었구나."

 그녀는 다시 떨리기 시작하는 마음을 붇잡으려 안간 힘을 쓰고 있었다.

"지금 와서 이런말 하니까 주책스럽지만 우리가 알고지내던 1년동안 정말 재밋었어"

그는 잠시 휴대폰의 시간을 확인하고는 입술을 꼭 다물었다.

"우리 그만 가자"

그녀는 더이상은 마음을 숨길수 가 없을것 같아서 빨리 그자리를 떠나고 싶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그녀를 그는 웃으며 바라봐 주었다.

"너 떨리지? 내가 고백할까봐 떨려서 그러는거지?"

휴지통에 쓰레기를 넣고있는 그녀에게 그가 다시 예전의 하이톤의 큰소리로 이야기했다.

"얘가 미쳤나봐. 아냐. 정말 아니라고"

"하하.. 저 표정..그래 저표정이였어. 널 떠올리면 생각나는 그 표정. 항상 강해지려고 하는 그 표정..?"

"자꾸 장난치면 서울에서 않만나준다"

"알았어. 역시 같이 있으니까 시간이 금방간다. 올라가면 늦겠는걸"

그는 자신의 차로 가려다 말고 그녀에게 다가가 자신의 명암을 내밀었다.

"전화해. 나도 전화 하께. 나 곧 창원일 정리하고 서울로 올라갈꺼야. 그때 연락할께 자주 보자"

그는 짧게 잘가라는 인사를 하고 그녀보다 먼저 휴게소를 빠져나갔다.

그녀는 떠나버린 그를 생각하니 잠깐의 백일몽을 꾼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시동을 켜고 그가 갔을 그길을 그녀도 달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창문을 반쯤 열고 바깥공기를 마시며 기분좋게 달렸다. 문경새재에도 터널이 뚫히고는 어렵지 않은 고개가 되었다.시간이 지나 문명이 발달하니 이렇게 모든게 간단해졌다. 그와 그녀사이에도 많은 시간이 지났다. 예전만큼은 어려운 사이가 아닌듯 했다. 저 앞의 차들중에서 그의 차도 있으리라..그녀는 그와 함께 같은곳으로 달려가는 그래서 또 어느 휴게소에서 만날수도있고 서울에서도 만날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냥 기쁘기만 했다.

이제는 어둑어둑진 그 고개를 지나고 가벼원진 그녀의 마음엔 드디어 알록달록 단풍이들고 있었다.

 

 

 

 

 

 

 

 

 

 

 

 

'단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신은 물속에 있다.  (0) 2013.10.28
평범한 김양의 왕자 사냥법  (0) 2013.10.21
그 여름밤의 기억  (0) 2013.09.23
대재앙  (0) 2013.08.26
home sweet home  (0) 2013.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