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편

뒷골목 고양이 교정소(1)

 

[뒷골목 고양이 교정소]

 

"학교폭력피해, 왕따고민을 해결해드립니다. 무료상담.

찾아오는 길 :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우암빌딩뒤 전능 오피스텔 지하1

TEL: 02 -7555-7676 ,고양이교정소 "

 

엄지손톱만한 노란바탕의 이 광고스티커를 본 것이 이번이 두 번째다

이것을 처음 본 건 학교근처의 뒷골목에서 그놈들에게 맞고 있을 때였다.

나는 고등학교를 들어간 첫 등교일 날 그 놈의 앞자리에 앉았었고 내가 입고 있던 낡은 교복이 문제가 되어 시작된 괴롭힘이었다엄마가 구제시장에서 한 벌 삼 만원에 사오셨던  내 교복 윗도리에 그 녀석 형의 이니셜이 써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재수가 옴팡지게 없었을 뿐이었다. 그 녀석은 강남의 60평이 넘는 무슨 캐슬에 살고 있는 놈이었고 돈이 필요했던 것도 아니었고 그냥 학교생활에 활력이 필요했던 것 뿐 이었으니까그 녀석과 똘마니 두 명은 내가 다니는 동선을 기가 막히게도 잘 파악하고 있었고 나는 어쩌다보니 동네 북이 되어 맞으며 학교를 다닐 수밖에 없게 되었다. 정말 어쩌다보니 라고 그간의 이야기는 짧게 끝내고 싶다이건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시작되었고 진행 중이니까. 나로서는 교복 때문에 쪽팔려서 고개를 들 수가 없어서 피해 다니던 것이 이렇게 까지 와버린 것 뿐이다.

그날도 그냥 그런 날이었다. 그놈은 늘 까칠했고 나는 교문을 나서자마자 그놈들한테 끌려서 뒷골목에서 먼지를 털리고 있었다.  그나마 이제는 이력이 나서 머리와 얼굴 그리고 급소를 보호해 가며 그놈들이 내 가방을 뒤지든 말든 나는 내게 허락된  한 뼘의 땅과 내 운동화만 쳐다보고 있었다.

"이 거지새끼는 가방에 든 게 없어. 인마 집에 십 원도 없냐? 거지새끼. 이 교복 우리엄마가 이년 전에 헌옷수거함에 버린 거거덩. 냄새난다야."

그놈은 내 교복 뒷덜미를 잡고 나를 들어 올렸다 내렸다 하더니 쓰레기 버리듯 휙 내던졌고 나는 학교 담벼락에 꼬꾸라져 먼지를 뒤집어 써야했다.

"깔깔깔..존나 거지같다"

"존나 깔깔깔 못봐주겠네"

머리가 텅 빈 그녀석의 똘마니들은 주머니에 손을 찌르고 생각없이 같은 말만 되풀이 하였다.

"야 낼 영어시험 있는 거 알지? 공부해와. 시험지 바꿀거니까. 90점 이하로 나와봐라 아주 뼈를 문드러 버릴 거니까 알아서 기라고. ~~"

그 녀석의 누런 가래침이 교복 바지에 뭍었다. 누런 담배가래침....정작 더러운 것은 그놈들인데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바지의 침을 닦으려고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떼다가 대출을 해준다는 벽보 옆에 손톱 만하게 붙어있는 노란 스티커를 보았던 것이다. 그냥 무심히 지나갈 수도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떨어지지 않게 정성스럽게 붙어있는 그 작은 종이에 눈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학교폭력피해, 왕따 고민 해결해 드립니다]

 

아주 작은 글씨지만 내겐 천사의 음성처럼 황홀하게 다가왔던 말이었다. 게다가 무료상담이라니. 하늘의 문이 열리고 아즈라이 들리는 구원의 음성과도 같았다.

실제로 누군가가 내게 이렇게 말만이라도 해준다면..나는 단 하루라도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일 년이 다 되가는 동안 누구도 내게 따뜻한 눈길 한번 보내주지 않았다.

그 녀석은 돈으로 학급 친구들을 사버린 거나 마찬가지였다. 반 아이들에게 학기 초부터 그놈의 부모가 피자며 햄버거 같은 간식을 사다 날랐고 담임과는 따로 자주 만나는 듯했다. 그놈의 아버지는 국회의원이라나... 아무튼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듯이 아직 사회를 모르는 내게도 시궁창 냄새나는 어떤 힘이 나를 꼼짝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내게 손 내밀던 그 달콤한 말이 너무나 황홀해 현실감마저 없게 느껴졌기 때문에 그냥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오늘 나는 그 노란스티커가 학교 화장실의 소변기 옆에 붙어있는 것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것도 그놈 덕분에 말이다. 제발 화장실에서만은 그놈과 부디치지 않으려고 거의 그곳엔 가지 않았는데 오늘은 아침 먹은 것이 잘못되었는지 등교 전에 그렇게 설사를 해대고도 삼교시를 넘기지 못하고 부랴부랴 화장실에 오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젠장 할 그놈과 마주치고만 것이다. 그 녀석들은 화장실문을 닫으려는 나를 끌어내 화장실 구석에 몰아넣고는 종칠 때까지 내 얼굴에 담배연기와 욕지거리를 함께 뱉어냈다.

"야 너 우리가 교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여기서 나오지마. 쓰레기 같은 놈"

"낄낄낄 존나 쓰레기 냄새나"

"낄낄낄 똥화장지 같은 놈"

그놈과 두 똘마니가 사라지고 난 뒤 나는 괄약근의 힘이 풀리고 말았다. 빌어먹을 바지에 똥을 싸지른 것이다. 나는 뭉큰한 뒤를 어떻게 처리하지 못하고 안절부절 못하고 있을 때 소변기 옆에 조그맣게 붙어있는 노란 스티커를  본 것이다.

그 스티커는 마치 나를 위해 붙여 놓은 것처럼 내가 서있는 곳에서 보았을 때만 반듯하게 보였다. 나는 뒤뚱뒤뚱 다가가서 그 스티커를 떼어내어서 휴대폰액정에다 붙였다. 그리고 뒤를 대충 처리하고는 화장실을 나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뛰어갔다.

담임이 알면 당장이라도 전화가 올 것 같아서 휴대폰을 쥐고 있는 손에는 땀이 흥건했다.

 

부모님이 모두 출근하시고 아무도 없는 반지하방에는 한 낮에도 불을 켜야 할 정도로 어두웠다. 아침에 먹은 김치찌개냄새와 부엌 하수구 냄새가 섞여 코끝을 찌릿하게 자극시켰다.

나는 옷을 갈아입고 고양이 교습소라는 곳에 전화를 해보았다.

"뚜뚜뚜 고객이 통화중이오니 다시 전화해 주십시오"

그럼 다시..

"따르르릉...., 고양이교습소입니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하이톤의 밝은 햇살 같은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울려 퍼졌다.

"...저기...그러니까...영업..."

", 오늘 영업 합니다 고객님."

".....그럼.......상담...."

"그렇습니다. 학교폭력, 왕따 상담 후 해결해드립니다."

그녀는 이런 상담에 이력이 나 있는 듯이 내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도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정확하게 집어내었지만 통화를 빨리 끝내고 싶어 한다는 오해를 살수 있을 정도로 인내심은 없어 보였다.

"2호선 서초역에서 내리셔서 3번 출구로 나오시면 10층높이의 흰 건물이 보이고요 그 건물 뒤쪽에 저희 오피스텔이 있습니다. 정문에서 지하로 내려오시면 됩니다."

그녀의 목소리 뒤로는 다른 남자가 전화를 받는 소리가 들렸다. 짧고 간결한 대답. 그리고 낮게 깔린 가르릉거리는 소리....

그녀는 내가 꼭 찾아갈 것처럼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해주었고 나는 간다고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 시간에 학교도 집에도 있기 싫었기 때문에 어째든 나는 2호선을 타게 되었다.

찌른 내가 나는 오래된 2호선을 타고 해가 정오로 달려가는 그 아래를 함께 달렸다.

고양이 교습소라...혹시 고양이에 관한 상담을 전문적하는 곳이 아닐까 생각을 하며 서초역 3번 출구를 나와 마주서있는 하얗게 빛이 나는 10층짜리 건물을 돌아 들어갔다. 고층건물의 그늘이 드리운 그곳을 막 들어 섰을 때 본능적으로 내 피부의 모든 털들이 고추서는 것을 느꼈다. 건물들 사이사이, 버려진 빈 박스와 주차된 차의 지붕 위 그리고 에어컨 환풍기위에 수십 마리도 넘는 고양이들이 한낮의 태양을 맞으며 이른 낮잠을 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뒷골목의 주인인양 느긋하고 우아한 자태로 그루밍을 하던 녀석 몇이 그곳을 들어 선 나를 일제히 쳐다보았다.

내가 징그럽게도 많은 도둑고양이들에 지레 겁이 나서 뒤돌아서려던 때 어느새 발 사이까지 다가와 털을 비비며 친한 체를 하는 몇 놈 때문에 오도 가도 못 하게 되버렸다. 고양이 교습소의 앞은 그야말로 고양이의 천국이었다.

그때 누군가가 내 어깨에 부드럽게 손을 얹었다.

"고양이 교습소에 오셨습니까?"

검은색 양복을 차려입은 40대쯤으로 보이는 남자가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조용히 그의 옆에 서있었다.

"그게....그렇긴 한데....."

".. 그럼 잘 오셨습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저를 따라 오세요"

그 사람이 다가 왔을 때 내 발에 붙어있던 고양이 두 마리는 이미 일어나 우리가 움직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남자치고는 사뿐히 걷는 그의 뒤를 따라 나는 입간판이 붙어있는 지하의 작은 사무실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곳은 우리 집만큼이나 지독히 어두운 반지하였다. 불을 켜고 들어선 그곳에는 구석에서 손톱손질을 하고 있는 젊은 여자가 보였다. 그녀는 나를 보며 친근한 웃음을 지었지만 이내다시 자신의 손톱으로 눈을 돌렸다.

그 남자는 나를 사무실 한구석의 파티션된 자리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푹신한 쇼파가 있었고 쇼파 위에는 빨갛고 노란 털실이 뒹굴고 있었다.

"예 앉으세요. 김양 여기 우유 두잔 부탁해요"

나는 마치 교무실에 불려가기라도 한 것처럼 어쩐지 주눅이 들어서 소파 끝에 살짝 걸쳐 앉기만 하였다.

"상담하러 오셨지요? 저는 이곳의 책임자인 고원장입니다어떤 일로 오셨습니까?"

짧고 간결한 사무적인 말투로 그는 말문을 열었다.

"...그러니까...상담......."

". 잠시만요"

그는 일어나 노란 파일하나와 볼펜을 들고 왔고 그와 동시에 김양이라는 여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우유를 두잔 준비해 왔다. 그녀는 이런 곳에 앉아 있기에 아까울 정도로 멋진 치마와 구두를 신고 있었다.

"간단하게 질문지를 작성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 질문지라는 것에는 예상외의 이런 것들이 적혀있었다.

 

1. 검은 얼룩이 있는 애꾸눈 고양이를 아는가?

2. 길양이에게 밥을 줘본 적이 있는가?

3. 하루에 평균 몇 마리의 고양이를 만나는가?

4. 길양이를 쓰다듬어 준 적이 있는가?

5. 자신의 학교와 이름을 쓰시오

 

젠장 할 길양이와 나와 무슨 상관이기에 이런 질문지에 답을 써야 하는지 나는 고만 나가고만 싶었지만 생각해보니 또 검은 얼룩이 있는 애꾸눈이 고양이를 아는 것만 같아서 나도 모르게 진지하게 답을 달고 있었다.

질문지에 충실히 답을 다 달고 나서 나는 그것을 앞에 앉아 있는 고원장에게 주었다. 그가 찬찬히 내 질문지를 읽는 동안 나는 아직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우유를 들고 벌컥벌컥 마셨다.

벌써 정오가 지나 1시가 다되어갔기 때문에 배가 고팠다. 사무실에의 한쪽 벽에는 갖가지 고양이 장난감들이 놓여있었고 심지어 고양이 놀이터까지 설치되어있었다. 손톱정리가 끝난 김양이라는 분은 이제는 거울을 보며 머리 손질을 하고 있었다. 하얀 얼굴에 커다랗고 동그란 눈이 귀여운 인상을 주는 그런 여자였다.

"강남고 1학년의 박운길 학생이군요. 검은 얼룩의 애꾸눈이 고양이를 아신다고요?"

"...그게. 예전에 우리 집 앞 놀이터에 몇 번 봤었어요. 동네 꼬마들한테 괴롭힘을 당해서 쓰러져있는걸 집에 데려다가 치료해 줬는데...3년 전에요"

고원장은 내가 하는 말을 감동적인 표정을 지으며 끝까지 들어주었다.

"그러셨군요..박군...정말 감동적이네요..우리가 박군을 부른 건..아니..박군이 우리 고양이교정소에 들르게 된 건 우연이 아니군요..~~~"

"?? ?? "

나는 분명히 냐옹이라는 고양이 울음소리가 고원장의 입에서 나온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살짝 걸쳐 앉아 있던 쇼파에서 미끄러져 떨어질 뻔했다.

"하하하...목이 좀 쉬어서 이상한 소리가 나네요. 아무튼 잘 오셨습니다. 여기는 원래 고양이를 연구하는 연구소였는데요놀라운 연구결과들을 사람에게 적용시키면 좋겠다는 생각에 박사님께서 직접 설립하신 교정소입니다학교에서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지요?"

"....그래서..여길.."

"잘 알고 있습니다. 애꾸눈이 고양이에게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 고양이에게서 연락을 받았다고요??"

"너무 그렇게 놀라지는 마십시요. 여긴 고양이 연구소입니다. 고양이들의 언어를 연구했고 우리는 전국의 모든 고양이들과 네트워크로 연락을 주고받지요. 심지어 도쿄에 있는 고양이들과도 두세 시간이면 연락이 닿지요."

"................"

아무래도 나는 사기꾼들에게 잘못 걸렸다는 생각이 들어 대충 얼버무리고 나가려하였다고양이 언어라니 지나가는 초딩이 웃겠다.

"못 믿으시는군요. 하지만 애꾸눈이가 당신을 도와주기를 간곡히 부탁을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이제 약효가 슬슬 나오겠는데요.."

앞에 앉아있는 고원장은 내가 마신 우유와 자신의 팔목 시계, 그리고 나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갸우뚱거리다 혓바닥으로 그의 손등을 핥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갑자기 봉긋 튀어나오는 두 귀와 더욱더 뚜렷해지는 인중...가르릉 거리는 소리들..갑자기 어지럽기 시작하더니 나는 그만 소파에 풀썩 쓰러지고 말았다. 젠장 이래저래 되는 일이 없었다.

 

"어이..박군.. 일어나라냥~"

나는 누군가 내 머리를 쓰다듬는 느낌에 눈을 떴다. 내가 얼마나 누워 있었던 것일까? 나는 눈을 떠 주위를 둘러보았고 여전히 고양이 사무실의 소파 위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내 눈앞에는 그사이 애꾸눈이 검은 고양이가 앉아 있었다.

"박군..오랜만이야 나 기억하지?"

"..뭐야..고양이가 말을 하네.." 나는 아직 잠이 덜 깼는지 고양이가 지껄이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하하 냥냥. 내가 말을 하는 게 아니고 박군이 고양이 말을 하기 시작한거야. 여길 보라구"

애꾸눈이는 나에게 소파 앞의 탁자에 비치는 내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놀랍게도 거기는 애꾸눈이 외에 한 마리의 흰 고양이가 더 앉아 있는 것이었다.

"!! 이게 뭐냐구. 너희들 무슨 짓을 한거야?"

나는 놀란 마음에 뛰어가려고 했지만 두 다리로 일어서려 것이 잘되지 않아 일어서려면 자꾸 다시 주저앉게 되는 것이었다.

"진정하라구냥, 박군, 이렇게 변한 건 오늘뿐이라고. 아까 먹은 약이 잠깐만 박군을 변화 시킨 거라구냥"

".. 왜냐구.."

나는 그제서야 조금 진정이 되었고 어쨌든 네발로 걷는 것이 아직은 서툰지라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사무실 안은 내가 변한 것 외에는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나 애꾸눈이가 3년 동안 박군 주위에서 박군을 지켜봤다구. 이제야 보은을 하는거야냥. 그동안 박군이 그 녀석들 한테 뒷골목에서 맞는 것을 보고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

"...그래서......어떻게 하겠다는거야? "

"릴렉스~~자 이제야 정신을 차렸나보군. 박군 고양이 세상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어느 틈에 소파위로 검은색 수트 모양의 털을 한 고양이가 뛰어올라오는 것이다.

그 놈은 보나마나 그 고원장일 것이다. 이놈의 고양이들...여기는 도깨비같은 고양이들의 득실 거렸다.

"박군 자 이제 오늘 하루를 고양이처럼 살아보는 것이에요. 인간과 달리 우리 고양이들은 상당히 자존감이 높은 동물이랍니다. 우리가 이렇게까지 해서 박군을 도우려는 것은 박군의 그 무너진 자존감을 다시 바로 세우려는 가장 빠른 길이라서 그런 겁니다. 우리 고양이들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한 순간도 살아갈 수 없어요. 우리는 항상 우리를 가꾸고 핧아 주며 비굴하게 굴지 않는 답니다. 오늘 애꾸눈이와 함께 고양이에 대한 모든 것을 배워보도록 해보세요"

고원장은 꼿꼿하게 머리를 들고 귀를 바짝 세워들고 이런 말을 하면서도 고양이의 우아한 자태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고양이의 자존감 따위가 사람에게 무슨 소용이야..."

나는 단지 빨리 이 상황을 벋어나고 싶었다. 불편한 네 다리와 나도 모르게 앞발을 핥고 있는 내 자신이 컨트롤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군 이제 날 따라와요. 하루가 짧답니다 냥~~"

애꾸눈이는 소파에서 뛰어내려와 비스듬히 열려있는 문밖으로 나간 뒤 내가 따라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아직 어색한 네발걷기로 어쩔 수 없이 그의 뒤를 따라 내려갔다. 어두웠던 실내에 익숙해져서인지 밖으로 나왔을 때 칙칙했던 도시가 너무나 눈이 부셔보였다.

 

 

 

 

 

 

 

[박군고양이를 찾아보겠습니다.흰 페르시안으로, 국립박물관 스님무릎위의 고양이]

 

 

 

 

 

 

 

 

 

 

 

'단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묻지 않아도 알수 있는 것들(1/7)  (0) 2014.01.06
고등어  (0) 2013.12.02
머나먼 과거의 유물  (0) 2013.11.11
손님  (0) 2013.11.05
당신은 물속에 있다.  (0) 2013.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