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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뒷골목 고양이 교정소(4)

(4)

 

우리는 고양이 지름길을 따라 단숨에 그곳까지 달려갔다. 늘어서 있는 담을 뛰어넘고 주택가로 들어선 후 짖어대는 개들을 무시하고 어두운 어느 골목까지 도착했을 때 마침 콜필드도 맞은편에서 뛰어 오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냥.” 그는 숨도 고르지 않고 우리를 재촉하였다.

치우 영감이 당한 것 같아요, 대장

콜필드는 침착하게 주위를 살폈다. 그러고는 어두운 골목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그곳에는 짖은 짐승의 오줌냄새가 콜필드의 영역냄새를 지워 버렸다.

네오다

콜필드는 기분 나쁜 그 냄새 때문인지 조금은 예민해 보였다.

저깁니다, 대장. 저기 치우 영감이있어요

애꾸눈이가 가리키는 곳을 우리는 일제히 쳐다보았다.

골목의 후미진 곳 쓰레기 더미와 같이 노란 얼룩 고양이 한 마리가 쓰러져 있었다.

그 고양이는 급소를 맞고 이미 죽어있었다.

미동도 하지 않은 치우 영감의 얼굴은 갑작스런 죽음을 알아차릴 새도 없었는지 평온한 얼굴이었다. 콜필드는 죽은 고양이를 흔들어 보았다. 그사이 달이 구름에 가려 완전한 어둠으로 죽은 이를 덮어 주었다. 죽음을 확인한 후 대장은 목을 길게 빼고 먼저 울기 시작 했다. 그러자 애꾸눈이가 따라 울었고 어디서 나타났는지 담벼락 위와 골목어귀에 수십 마리의 도둑고양이가 나타나 그를 따라 울기 시작했다. 처음 들어보는 낮고 가는 고양이 울음 소리였다. 잠깐의 특별한 의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 둘씩 고양이들이 모두 돌아가고 대장은 빈 박스로 죽은 고양이를 덮어 두고 우리와 함께 골목을 나왔다.


어쩐지 일이 잘못 되가는 느낌이어서 나도 모르게 털이 곤두섰다.

이제 어쩌죠, 대장. 치우 영감에게서 오셀로의 냄새가 나지 않아요냥. 이제 어떻게 오셀로를 찾아가지요?”

애꾸눈이는 가로등아래서 가던 길을 멈추고 콜필드에게 물었다.

콧등점박이파의 도발이 전에도 있었다냥. 그땐 네오놈은 2인자였지. 그 당시 대장이었던 제이럼이 오셀로의 제자를 죽이고 우리를 방해해 영묘고양이를 만나 인간이 되어 버렸지. 그 후 네오가 콧등점박이파의 대장이 되었다냥. 이번엔 네오가 먼저 오셀로를 만나려는 것이다. 그래서 박군이 사람이 되지 못하게 방해하고 대신 사람이 되려는 것 같군냥

, 그런 이야기는 고원장한테서 듣지 못했습니다냥, 어떻게 그런 일이...그런 일이 있었다면 제가 박군을 데리고 오지 않았지요냥. 은혜를 원수로 갚는 고양이는 없습니다냥

애꾸눈이는 굉장히 당황한 것 같이 콜필드의 앞을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였다.

고원장은 아직 이일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 그 인간이었던 고양이가 자발적으로 고양이세계에 남은 걸로 알고 있으니까

달을 가린 구름이 걷히고 고양이 눈 같은 노란 달이 반짝 빛났다. 그 뒤로는 하얀 별동별이 무심하게 떨어지고 촉촉한 밤이슬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오셀로는 누구고, 왜 치우 영감이 죽었다고 그를 못 만나는 것이죠? 그러니까 다른 방법이 없냐는 거예요.”

나는 영원히 깨질 것 같지 않은 견고한 정적을 깨고 콜필드에게 물어보았다.

옛말에 고양이 목숨은 아홉 개다라는 말이 있다냥. 실제로 오셀로는 아홉 번을 죽었다 살아난 한 마리뿐인 영묘한 고양이지. 그리고 그만이 사람이 되는 비법을 알고있다옹. 하지만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옹. 그는 가끔 제자를 우리에게 보내는데 그 고양이만이 오셀로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옹. 그러니까 그가 죽었기 때문에 이제 언젠지 모르는 시간동안 기다려야 한다는 것다옹

정말 미안하다 박군.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옹.”

애꾸눈이는 정말 미안한 듯이 고개를 나에게 연신 숙이며 이야기를 하였다.

나는 한숨이 나왔다. 금방까진 고양이로 살아버릴까 하고 생각을 했지만 막상 사람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을 하니 막막해 왔다. 이렇게 떠돌아다니는 연약한 생물로 살아야 한다니... 미끄럼틀 위가 아닌 지하 단칸방이라도 따뜻한 방에서 잠을 자고 싶었다.

한 가지 방법은 있다, 박군

나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뚝뚝 흘릴 것 만 같은 얼굴로 콜필드를 쳐다보았다.

네오를 잡는 것이다옹

애꾸눈이는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대장, 작년에 우리가 네오놈에게 당했잖아요. 그때 대장 등과 귀가 찢어졌고 많은 고양이 들이 다쳤다옹. 네오는 지금 전성기입니다. 어떻게 우리가...”

애꾸눈이는 꼬리를 내리고는 바짝 긴장한 표정이었다.

애꾸눈이의 감정이 나에게도 전해졌는지 우울한 ~한숨이 나왔다. 나는 되는 일이 정말 하나도 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아니 이제는 내가 사람인지 고양인지도 모르겠다. 왜 이렇게 불행이 나를 따라 다니는 것일까? 나는 불연 듯 아까 그 너구리가 한 말이 떠올랐다. 한 조각의 빵일지언정 발톱을 내어보라는 말, 그것이 내게 상처가 될 지라도 노력은 해보아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근성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발톱과 이빨이 있는 고양이인 것이다.

..콜필드. 제가 도울게요. 그 네오란 놈을 같이 잡아요. 꼭 다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대로 당하고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냥.”

그 마음은 알겠지만 박군, 박군은 그러지 않아도 된다. 이건 우리 고양이들이 벌인 일이니 우리가 처리 하겠다옹대장고양이는 무척 책임감 있게 달처럼 눈을 빛내며 이야기 하였다.

나는 그런 콜필드의 모습에 반할 지경이었다. 만약 사람이 되지 못하고 고양이로 살게 된다면 콜필드의 밑에서 그의 모습을 배우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박군이 그런 생각이라면 이 애꾸눈이도 돕겠어요, 대장. 겁쟁이처럼 굴지 않고 꼭 네오를 찾아 박군에게 보은하겠어요냥.”

대장은 나와 애꾸눈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할 수 없지.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는 걸 명심하도록냥. 치우 영감처럼 급소를 공격당하면 단말마의 요동도 치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다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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