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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마녀의 사랑

[마녀의 사랑]

 

 

 

남녀 간의 사랑은 화학반응과 같다. 첫눈에 반할 때엔 매개체 없이 화르르 불꽃이 일기도 하고, 천천히 서로를 알아갈 땐 서서히 반응 하다 어느새 용해되어 하나가 된다.

이렇게 연소하고 용해된 진심을 담은 사랑은 역반응이 어렵다. 한번 격열하게 연소한 사랑은 사랑전과 후의 성질이 달라져 새로운 물질이 되고 그 결과물은 반응할 때 보다 몇 십 배의 힘을 가해야 서로 분리가 되는 것이다.

린은 마법화학시간에 배운 이론을 정리하며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사랑은 화학 그 이상의 것이 있어서 이론은 존재하지만 아직 아무도 제대로 된 반응식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것을 강조하던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마녀들 일지라도 사람의 마음을 아직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다.

 

린은 정리를 끝낸 책을 덮고 밖으로 나왔다. 무지개빛 부엉이가 어두운 교정을 가로질러 날아갔다. 어떤 마법사의 정령이 된 마녀일 것이다. 그녀는 처음 보는 아름다운 부엉이의 반짝이는 꽁지 끝을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교문 앞 카페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교문을 나서자 가게마다 호박등이 훤하게 밝혀져 있었다. 젊은 마녀들과 마법사들이 곳곳에 모여 벌써부터 술판이 벌어져 있었다. 린은 누가 알아볼세라 망토를 뒤집어쓰고는 조용히 카페가 있는 골목으로 걸어 들어갔다. 견고한 돌바닥 틈으로 잡초들이 솟아 있었다. 인적이 없는 길이라 그녀는 더 조심스러워 가끔 뒤를 돌아다보았다. 두 번째 골목을 꺾어 들어가니 희미한 가로등 아래 셰익스피어라는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요즘 젊은 마녀들은 좋아할 것 같지 않은 아주 오래된 허름한 카페였다. 그녀는 경첩에 기름칠이 안 돼 삐걱거리는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카페에는 전자 오르골 소리가 흘렀고 주방에서 한 쪽 눈이 없는 늙은 마녀가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린은 실내를 한번 둘러보고는 창가 구석에 앉아 유리구슬을 만지고 있는 친구를 발견했다.

마침 고개를 든 친구와 린은 눈이 마주쳤고 둘은 반가움에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 여기야.”

샤롯, 오랜만이야. 고생 많았지?” 린은 망토를 벋으며 친구의 얼굴을 훑어보았다. 천년을 사는 마녀들일지라도 늙기는 늙으니까, 백 년을 떠돌아다닌 친구도 예외는 아니었다.

, 너는 지금 시대가 어느 때라고 아직도 이런 촌스런 카페에서 만나자고 그래? 요즘 체인점 커피숍이 얼마나 좋은데.” 사롯은 한숨을 돌리며 마주 앉는 린을 보며 이야기 했다.

그래? 그래도 여긴 저 외눈박이 마녀 때문에 마법사들이 안 오거든.”

린은 다시 주방에서 커피를 거르고 있는 늙은 외눈박이 마녀를 흘끗 쳐다보았다. 사람과 결혼한 후 배신을 당해 한 쪽 눈을 잃었을 것이다.

어휴, 보기도 싫어. 아무리 마녀지만 저런 식은 싫어. 우리 마녀들도 이미지 개선을 좀 해야 돼. 현대적으로 말이지.”

샤롯은 여전히 구슬을 만지작거리면서 린을 바라보았다. 천정에서 거미 한 마리가 쭉 내려와 린의 머리에 내려와 앉는 걸 보고도 그녀는 웃기만 하였다.

여행은 잘 됐어?”

린은 외눈박이 마녀가 가져다준 커피를 한 모금 하고는 참았던 질문을 하였다.

하지만 샤롯은 린의 눈도 마주치지 않고 고개를 흔들었다.

안됐구나... 그래 그건 어려운 일이니까.”

린은 어릴 때부터 같이 자라 자매 같은 샤롯의 축 처진 어깨를 말없이 토닥였다.

마녀의 짝을 찾는 것은 정말 어려워. 바보 같은 마법사들은 자기가 언제 태어났는지도 몰라.”

샤롯은 턱을 괴고 린을 바라보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린은 대학에 진학하고, 샤롯은 자신을 짝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마녀들은 누구든지 500살이 되면 자신의 짝을 찾아야만 한다. 그들은 사람과 달리 한 날 한 시에 심지어 일 분 일 초 까지 같은 날 태어난 마법사와 짝이 되게 정해져 있었는데 만약 한 날 한 시에 태어난 자신의 인연을 만나게 된다면 굉장한 작용이 일어나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한 마력을 가지게 되고 마녀들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한 갓 마법사의 정령인 부엉이가 되어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결혼 적령기의 마녀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짝을 찾는 일에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 요즘 사람들은 어떻게 결혼 하는 줄 아니? 100년 전까지만 해도 일단 결혼부터해서 정으로 살았지만 요즘 세대는 결혼이 비즈니스가 됐다더라. 사랑보다는 계산을 하지. 경기가 좋지 않아서 혼자 벌어서는 살아가기 힘드니까 말이지 직업을 보고, 연봉을 보고, 계산을 하고 또 하고, 점도 보고 궁합도 보고, 먼저 살아보기도 하면서 말이지.”

샤롯은 여행을 하면서 주워들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것은 린이 사람과 결혼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마녀들 중에는 린처럼 사람과 결혼을 하려는 이가 간혹 있었다. 마법사와의 결혼이 위험하고 무모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과의 결혼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인 것이 사람의 사랑은 마법처럼 영원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처음엔 사랑해서 결혼하지만 오래지 않아 마음이 쉽게 변해버린다. 바람을 피기도 하고 ,권태라는 것이 찾아와 사랑이 변해 버리는 것이다. 이럴 때 마녀들은 큰 상처를 입게 된다. 마음 뿐 아니라 카페의 주인처럼 신체에도 큰 상처를 받게 되는 것이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사람과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는 마녀가 간혹 있었다. 옛날에는 우연이었지만 요즘에는 마법사의 정령 따위가 되고 싶지 않아 일부러 사람세계로 들어가 사람과 연애를 하는 마녀가 많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은 연애를 하기 시작하면 결혼 전에 잠자리를 같이 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더라. 왜 있잖아 그거.”

샤롯은 목소리를 낮추어서 린에게 이야기 했다.

..어 그거..그래.” 린은 얼굴이 빨개져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근데 우린 그러면 안 되잖아. 진정한 사랑을 하기 전에 몸을 섞으면 죽을 수도 있어.”

그렇지.” 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사람세계에 들어가 있는 마녀들도 어려움이 많은 가봐. 남자들은 진도가 나가지 않는 연애를 오래 버티지 못하게 돼버렸데. 인내심이 없어진 거지. 아무리 마력으로 밀당을 해도 금방 지쳐 버린다나... 차라리 마법사와 결혼해서 정령이 되는 게 낫다고들 해. 그래서 젊은 마녀들은 아무 마법사들하고 잘 어울리나봐... 이제 막 나가자는 거겠지..마법사의 정령이 되어서 죽을 때까지 부엉이로 살거나 언제 변심할지 모르는 사람과 살거나 그게 그거야. ”

그녀들은 잠시 말을 멈추고 한숨을 쉬었다.

린은 졸업 논문으로 사랑화학반응을 택했다. 사람과 결혼하기로 결심한 후로 영원한 사랑에 관해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에겐 없는 영원한 사랑.. 그것이 가능한 마법이 만들어 진다면 그녀는 인간과 두려움 없는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변심할까 초초해 하지도 않을 것이며, 바람을 피울까봐 감시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것이 된다면야 노벨 평화상 감이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변수가 많은 인간의 사랑은 사실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 나도 이제는 포기해야 할까봐. 내 짝은 이 세상에 없거나 이미 죽어버렸을지도 모르지. 이렇게 막무가내로 찾아다녀서 어떻게 서로를 알아보겠어. 마음이 조급해져서는 자신의 정령이나 만들려는 못된 마법사에게 속기밖에 더하겠어?”

식은 커피 잔을 돌리며 샤롯의 이야기를 듣던 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시간은 100일 뿐이었다. 100일 안에 마녀든 마법사든 사람이든 어떤 짝도 만나지 못한다면 회오리바람이 되어 사라져 버릴 것이다.

, 샘은 만나니?” 샤롯은 주머니에서 또 다른 반짝이는 구슬을 꺼내 보며 린에게 물었다.

그녀는 린이 어떤 대답을 할지 아는 것처럼 무심히 물었다.

린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창가에 앉아 있던 보랏빛 고양이를 슬쩍 건들고는 어깨를 움츠렸다.

샘은 잘있지. 하지만 걔는 확실히 아냐. 난 걔가 언제 태어났는지 알아. 우린 그냥 친구야.”

알아. 하지만 샘은 그렇게 생각 안 할걸.”

그래서 우린 다시 만나지 않는 거잖아.”

마녀들이란 참 까다로워. 그렇지 않니? 여자 사람들이 하는 짓을 욕할 이유가 하나도 없어. 우리도 똑같은 걸. 위험한 사랑은 하지 않으려고 해. 결혼해서 이득을 얻으려고 한다고. 잘나가는 마녀가 되고 싶어서 다들 안달이잖아. 상처 받을까봐, 아니면 결혼이 고되 질 까봐, 다들 눈치 보는 거라구.”

린의 눈엔 샤롯은 오랜 여행 덕에 철이 든 것 같았다.

창밖의 달이 구름에 가렸다 드러날 때 샤롯의 창백한 피부가 번뜩였다.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한 린 보다 더 지적인 광채가 어렸다. 샤롯은 짝을 찾는 것을 포기 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자신의 운명에 따르려는 깨달음을 얻은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이든 마녀든 발버둥 쳐도 벋어날 수 없는 인생의 굴레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까.

린은 고개를 숙였다. 샘을 사랑하지만 그녀는 샘과 자신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 아님을 알기에 헤어졌다. 샘은 그녀를 위해서, 그녀가 자신과 결혼해서 고통 받는 것을 볼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녀를 보내주었다. 그날 이후 린은 어떤 마법사와도 교류를 하지 않았다. 거리를 다닐 때면 망토로 얼굴을 가리고 다녔고 차라리 사람과 결혼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렇게 샘과 헤어진지도 100년이 다 되어갔다.

 

갈수록 마녀들은 참 사랑을 잊어버리는 것 같아. 사랑은 우리처럼 고르고 따지는 게 아니야. 이런 건 인간들이나 하는 것이지. 인간은 우리에 비하면 한순간밖에 살지 못하지. 그래서 찰나의 행복에 집착해. 자신이 가진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있으면 가지고 싶어 하고 뺏으려 하잖아. 지금 행복하려고 점점 자극적인 사랑을 찾는 거야. 쾌락의 유혹에 끌려 자신을 망치지. 사랑 할 때도 마찬가지야. 자극이 없어지면 그들의 사랑은 금세 시들어버려. 변해버리고. 그리고 사랑했던 기억마저 잊어버려.”

린은 샤롯이 도대체 밖에서 어떤 것을 보고 들었는지 궁금했다.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녀의 눈이 이토록 반짝이고 아름다워 졌을까.

여행을 하며 많은 마녀들을 만났어. 정령이 되었든 상처를 받았든 대부분은 사랑했던 기억을 간직하고 살아가. 그들은 당장은 힘든 삶을 살지는 몰라도 누군가를 사랑했던 것을 후회하진 않았어.”

샤롯은 손에 쥔 구슬을 조용히 닦아 주머니에 넣었다. 그것을 신호로 린도 다시 망토를 쓰고 일어날 준비를 했다.

 

그때 삐그덕 거리며 카페의 문이 열렸다. 언제나 무심한 주인을 제외한 둘은 요란스럽게 열리는 문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망토를 쓰고 무릎까지 오는 긴 부츠를 신은 키가 큰 마법사가 카페로 들어왔다. 둘은 마법사의 동선을 따라 눈을 돌렸다. 이때 그는 망토의 모자를 벗고는 린과 샤롯을 향해 웃어보였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고수머리, 하얀 피부, 파란 눈동자, 어딘지 낮익은 얼굴에 둘은 그를 기억해 내려고 애썼다.

!!”

둘의 소리에 보라색 고양이가 놀라 난간에서 뛰어내렸다. 그녀들은 성큼성큼 걸어오는 샘을 바라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헤어진 지 100년이 된 샘은 어엿한 청년이 되어있었다. 그가 몰고 들어온 바람에 린과 샤롯의 머리카락이 날렸다. 그 바람에는 열대지방의 허브 냄새가 났고 샘의 특이한 살 냄새가 섞여있었다..

여기들 있었구나. 불쑥 나타나서 미안. 학교에 들렀다가 린의 발자국을 보고 따라오고 말았어. 잘들 지내지?”

그는 양해를 구하는 듯 자리에 앉지 않고 서 있었다.

둘은 다시 자리에 앉으면서 샘에게도 앉기를 권했다. 린은 자신도 모르게 샘과 멀찍이 떨어져 앉았다. 그런 린을 샘은 조금도 의식하지 않는 듯 했다.

밖에 다들 난리더라고. 성혼식이 얼마 안 남아서 그런지 다들 짝을 찾는데 혈안인걸. 다들 이렇게 남은 100일 동안 꼬박 밤을 새울 샘인가봐.”

그는 어제 만났던 친구처럼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그녀들을 대했다.

, 안 그래도 궁금했었어.”

샤롯이 반가운 듯 그에게 물었다. 하지만 린이 보기엔 샤롯이 샘의 시선을 자신에게 묶어 두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어떤 마녀든 샘을 보면 본능 적으로 그렇게 된다는 것을 린은 알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게 넘겨버렸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샘은 샤롯의 눈길을 피해 린을 바라보며 이야기 했다.

나도 이번에 졸업반이야. 심리학전공. 린을 가끔 캠퍼스에서 봤어. 하지만 린이 고개를 들고 다니질 않아 알은 체를 할 수가 없잖아. 오늘은 린의 발자국이 교정을 급히 나간 것 같아서 무슨 일이 있나하고 따라왔어. 역시 샤롯과 함께군.”

옛날이나 지금이나 샘이 자신을 피한다는 것을 확인한 샤롯은 다시 시선을 유리구슬로 돌렸다. 린은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샘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망설였다. 떨어져 있었지만 서로 모르는 일은 없었다. 샤롯처럼 린도 샘의 유리구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샘과 헤어졌지만 버리지 못한 샘의 마음이었다. 그 유리구슬을 통해 그녀는 샘에 관해 알 수 있었다. 물론 샘도 린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이 얼마나 변했는지 그리고 더는 반짝이지 않는 지는 그만이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샘의 마음을 서랍 깊숙한 곳에 넣어 두었다. 샤롯처럼 수시로 꺼내어 보고 닦고 문지르지 않았다. 자신은 마음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연구는 잘 돼가?”

샘이 다시 린에게 물었다. 린은 샤롯을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이미 자리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고 책상위에 고딕체 글씨만 남겨져 있었다.

 

[다시없는 기회!!

난 내가 가진 두 마음중 하나를 받을 거야. 결과가 어떻든 나는 사랑할 테니까.]

샤롯은 그렇게 닦고 문지르던 두 마법사의 마음중 하나를 선택할 모양이었다. 결과가 어떻든 말이다. 린은 그런 샤롯이 용기 있어 보였다. 샤롯은 분명 아름다운 정령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맞은편에 앉은 샘을 바라보았다. 그의 모습이 왠지 마법을 끼얹어 반짝이는 것처럼 보였다.

. 열심히 했지만 결과는 아직도 미진해. 인간은 영원한 사랑을 하도록 된 존재가 아닌가봐. 작은 시련에도 깨져버리기도 하고, 사랑하다가도 갑자기 꺼져버리기도 해. 아무리 다시 연소시키려고 해도 이상하게도 마음이 변해버려. 한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도 존재해. 이런 경우는 구제 불능이야. 너무 많은 경우가 존재하니까 연구가 더 어려워.”

샘은 린의 말을 침착하게 듣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자상하게 웃어 주었다. 이런 모습은 차라리 그가 마법사 보다 성직자에 더 가까워 보였다. 린은 그런 샘의 모습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뛰는 것을 알았다. 그러자 슬그머니 망토로 자신의 얼굴을 가려버렸다.

그래도 한결 같진 않지만 사랑의 끈을 놓지 않고 서로를 위하는 사람도 있어. 마녀들이 인간과 결혼을 해서 사랑이 식을까 전전 긍긍해하지만 않는다면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사랑을 할 수도 있다고 들었어. 이런 사랑을 믿음이 있는 사랑이라 부른다더군.”

샘이 잠깐 말을 끊고는 그녀의 기색을 살폈다.

어때? 이제 그만 학교를 나와서 두려워하지 말고 사랑을 해봐. 상처를 받든 마녀로 살아가지 못하든 사랑했다는 것이 더 중요해. 그리고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이 마녀의 사랑이야. 완벽한 사랑은 흔하지 않아. 하지만 완벽하지 않다고 해도 사랑은 사랑이야.”

린은 서랍 속에 넣어둔 샘의 마음이 자신의 주머니에 들어와 있는 걸 느꼈다.

우리 사랑의 결과가 너무 뻔하다고 해도. 내 마음은 변하지 않는 걸. 널 포기 하려고도 했지만 그건 사랑이 아닌 것 같았어. 네가 나와 함께 라서 힘들다면 내가 더 많이 사랑해 줄게. 아껴줄게.”

그녀는 100년을 감춰둔 자신의 마음도 샘에게 가있음을 느꼈다. 샘의 마음이 주머니를 뚫고 나와 어두운 카페를 훤히 비추었다. 그녀는 이제 이 사랑을 거부 할 수 없음을 느꼈다. 그리고 아까 본 무지개 빛을 내며 하늘을 가르는 부엉이를 떠올렸다. 사랑 때문에 내가 나인체로 살지 못해도 후회하지 않는 다면 그것 또한 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주머니 속의 구슬을 만지작거리며 샘을 바라보았다. 둘은 서서히 하늘로 떠올랐다. 그리고 오랜 시간 기다려 온 것처럼 천천히 가까워져 큰 빛을 내며 서로 용해되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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