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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남자 송호 [착한 남자 송호] -거북이- 까무잡잡한 피부, 165cm정도 돼 보이는 작은 키, 정리가 되지 않은 굵은 모발, 안경에 가린 작은 눈, 소도 때려잡을 것 같이 큰 손발, 듬성듬성 여드름이 나있는 피부, 내성적으로 보이는 수줍은 눈빛.. 그를 처음 봤을 때 나는 아무도 모르게 속으로 웃었다. 엔지니어 팀의 차장님께서 직접 뽑으신 사원이라며 그를 소개 시킬 때 분명 차장님의 사촌조카이거나 막내처남이 아니고서야 막 농사를 짓다 올라온 것 같은 저런 사람을 뽑았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저...김송호라고 합니다. 잘..부탁..드립니다.”그는 굉장히 수줍어하며 인사를 했고 차장님의 장황한 조회가 끝나고 나서는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회사는 작은 빌딩의 두 층을 임대해 한 층은 엔지니어 팀이 다른.. 더보기
코엑스에서 돌아오는 길 [코엑스에서 돌아오는 길]-거북이- 20살, 22살인시조카를 만나서 그들과 코엑스에서1인 2만원의뷔페를배가 터지게 먹고는 나는 세상이 아직 살만 하다고하는 사람들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토 할 정도로우리는 배부르게 먹고영화를 보고그래도 아직 남은 20만원통장 잔고를 확인하고 나서 앞으로20만원어치 내게 주어질즐겁고 살만한 세상만생각해보기로 한다. 더보기
하늘을 나는 꿈 [하늘을 나는 꿈] 어릴 적 나는 하늘을 나는 것을 동경했다. 6살인지 7살 때 슈퍼맨이라는 미국 드라마를 보며 어떤 사람은 날수도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 같은 것을 가졌던 것이다. 그때는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것이 아니었다. 나 보다 한두 살 어린 아이에서부터 초등학교를 갓 들어간 아이 까지 정신 연령이 비슷한 아이들이 골목에 모이게 되면 마지막엔 꼭 어떻게 하면 날수 있을지 진지하게 토론을 하곤 하였다. 개중 조금 똑똑한 아이는 라이트 형제를 들먹이며 비행기 엔진을 달거나 비행기 날개를 달면 날수 있을 거라 했다. 조금 떨어지는 아이들은 큰 망토를 두르면 된다느니 높은 곳에서 빨리 날개 짓을 하면 날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 했다. 나는 전자도 후자도 속하지 않는 들은 대로 해보는.. 더보기
마녀의 사랑 [마녀의 사랑] 남녀 간의 사랑은 화학반응과 같다. 첫눈에 반할 때엔 매개체 없이 화르르 불꽃이 일기도 하고, 천천히 서로를 알아갈 땐 서서히 반응 하다 어느새 용해되어 하나가 된다. 이렇게 연소하고 용해된 진심을 담은 사랑은 역반응이 어렵다. 한번 격열하게 연소한 사랑은 사랑전과 후의 성질이 달라져 새로운 물질이 되고 그 결과물은 반응할 때 보다 몇 십 배의 힘을 가해야 서로 분리가 되는 것이다.린은 마법화학시간에 배운 이론을 정리하며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사랑은 화학 그 이상의 것이 있어서 이론은 존재하지만 아직 아무도 제대로 된 반응식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것을 강조하던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마녀들 일지라도 사람의 마음을 아직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다. 린은 정리를 끝낸 책.. 더보기
먼곳에서 [먼 곳에서] “꺄악--”새벽, 날카로운 비명소리에 잠이 깨었다. 나는 나쁜 꿈을 꾼 것처럼 벌떡 일어나 앉았다. 벽걸이 시계는 막 4시를 넘어가고 있었다.“무슨 일이야?”남편은 부스럭 거리고 있는 내 쪽을 보며 눈도 뜨지 않고 물었다.환청을 들은 것처럼 밖은 조용하였다. “무슨 소리 못 들었어요?”“아니, 꿈 꾼 거 아냐?”그러곤 등을 돌려 다시 잠들어 버렸다.“꿈이었나?”요즘 부쩍 나쁜 꿈들을 꾸고 있기는 하지만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분명한 소리였다.뒷산 어디 멀리쯤에서 들려온 소리인 듯 했다. 집 뒤에 있는 산은 야트막하긴 하지만 깊은 산으로 사계절 등산객들이 많았다. 지금 이시간도 나이 많으신 할아버지라면 산을 오르시는 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잠을 깨운 그 소리는 젊은 여자의 음성..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