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썸네일형 리스트형 가을의 추억 더워 죽을것 같았던 여름은 벌써 가고 달리는 차창밖으로 푸른 나무들이 이제는 가을색을 발하고 있는 중이다. 가을. 秋. 단풍. 여자 나이 서른 다섯. 떠나야만 할것 같은 계절. 가을 햇살에 눈이 부시는 게 거슬려 눈을 찌푸리고 앞만보고 달리던 주희는 문경을 지나면서는 단풍이 물들어있는 조령산을 보며 흘끗흘끗 눈이 가지 않을수 없었다. 그리고 떠오르는 가을에 관한 짧은 생각들... 떠나야만 할것 같은 계절. 축제. 가디건. 코스모스....추워지니까...늑대목도리장만. 인생을 어떻게 살았길래 서른다섯해 가을을 혼자 보내고 있는것일까 하는 생각까지 이르러서는 반사적으로 한숨이 나오는 그녀다. 그래서 그녀는 가을에 대한 사념들 끝에 '그리고 한숨'이라고 덧붙였다. 전방 2km 앞에 문경새재휴게소가 있다는 표지판.. 더보기 그 여름밤의 기억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김동우는 자취방에 베개를 접어베고는 10분에 한번 꼴로 휴대전화를 쳐다 보았다. 그는 제대후 복학하면서 학자금대출을 또 받았다. 등록금부터 매번 조금씩 받아오던 대출이 지금은 꽤 금액이 커져 마음의 짐이 되어버렸다. 조금씩 갚아보려고 학기중에도 틈틈히 아르바이트를 했고, 방학는 본격적으로 돈을 벌어야 겠다고 생각하며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던 차였다. 그가 서울권에서 대학교를 다니게 되던 해 시골의 온 집안이 다 기뻐해 주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자랑스럽게도 생각하며 1년을 보냈다. 하지만 사립대의 등록금과 학비가 시골에 있는 가족에게 부담이 되는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고 원서를 쓸때 조금만 더 부모님 생각을 했더라면 하는 생각을 그는 전역하고 나서야 하는것이다. 앞으론 좋은대학을 나.. 더보기 대재앙 올 여름은 유난히도 비 소식이 많았다. 여름이 시작되자마자 기다렸다는듯이 하루걸러 하루씩 하늘은 비를 퍼 부었는데 여름이 절정에 치닫는 8월인 지금도 여전히 장대같은 비가 장난치듯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하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던 남편은 일어나자마자 하늘을 확인하고서는 "또 비네"하며 짜증을 낸다. "비가 와서 요즘 지하철에 사람도 많고 말이야 축축해서 사람냄새가 너무 난단 말이야, 요앞 자전거 길은 이제 다 잠겼더라" 쫘---- 하고 아침부터 내리는 비는 오늘 하루의 시작을 어수선하게 만들어 주었다. "비도 많이 오는데 오늘 출근하지 마세요" "왜그래, 애도 아니고, 대신 빨리오께" "치~ 그러지말고 비그치면 와요" 바라지도 않았지만 역시나 그는 농담으로라도 있어주겠다는 이야기도 하지 않는 여유.. 더보기 home sweet home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의 한 재개발단지, 그곳에서 나는 올해의 첫 여름을 맞이하였다. 꼭대기 층인 나의 집은 한낮의 해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해가 기울어지고 돌아온 나를 진정 뜨겁게 맞이해 준다. 낮의 열기가 아직 가시지 않은 그곳은 금방 만두를 쪄낸 찜통 같았다. 그래도 이곳은 나의 home sweet home, 샤워 후 반라 상태로 죽은 듯 누워있어도 내 몸은 반사적으로 땀을 쥐어짜지만 나는 바보같이 이렇게 행복하다. 지난 6년, 그리고 앞으로도 혼자 견뎌내야 하는 도시생활에서 나에게 힘이 되어주고 의지가 되어준 건 낡고 보잘 것 없지만 그간 살아왔던 집들이었다. 내가 쉴 곳이 바로 조금씩 평수를 넓히며 위로 그리고 조금씩 서울로 가까이 가고 있는 바로 이 즐거운 나의 집뿐. 졸업년도에 IMF한파로 지방.. 더보기 언니가 집나갔다!! "내가 너를 얼마나 업어줬는데 어휴 저게!!" 언니는 이제 싸우다 지쳤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오래전 이야기를 또 꺼낸다. 지금 왜 언니와 싸우는 지 잊은지 오래다. 무슨일로 싸움이 시작되든 이내 10년, 20년전의 해묵은 감정들까지 쏟아져 나와선 끝도없이 지지고 뽁는게 우리다. 언니와 나는 두 살 터울이다. 지금이야 키도 덩치도 둘다 고만 고만하지만 먹은 밥 그릇 수 만큼 크는 어릴적에 4살쯤 되는 언니가 아직 아기인 날 어정쩡 한 자세로 업고서 찍은 얫날 사진이 있긴하다. 하지만 이 사진은 어른들이 우리를 잠시 데리고 노는 상황에서 나온 설정일뿐이지 같이 커가는 처지에 언니가 날 몇번이나 업어줬을까. 그리고 애가 떨어지면 어쩌라고 어른들은 말릴 생각도 않고 사진이나 찍고 있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한 순.. 더보기 이문세를 추억하며 한시대를 풍미했던 가수 이문세!! 나는 초등학교 6학년시절 이문세를 처음만난 그때를 잊지 못한다. 잠결에 들은 붉을 노을이란 노래에 꿈속에서도 모든걸 멈추고 따라부르기까지 했던 그날.. 나는 잠에서 깨어나서 언니가 틀어놓고 잔 테이프의 주인공이 이문세라는걸 확인하고나서 바로 이문세의 팬이 되었다. 이런 경험은 그 당시 유행했던 리처드 클레이더만의 피아노 곡을 들었을때도 있었었다. 그의 피아노 곡을 틀어놓고 혼자 심취해서 피아노 치는 흉내를 내며 놀던 때가 있었다. 이문세의 노래에 빠진것도 거의 동시였던 것 같기도 하다. 그때 사춘기로 접어들어서 그런지 감수성을 자극하는 여러가지에 예민했던것 같다. 암튼 그때 이문세 1집에서 5집까지 다 구입해서 테이프가 다 닳을 정도로 들었으니까.. 파랑새, 소녀, 야생.. 더보기 아비의 소금 [조카 유진이에게] 아비의 소금 아비는 매일 소금을 만든다 새벽부터 일어나 공사장의 지게를 지다가 해질녘에 땀을 식히며 집으로 돌아오면 기다리던 아이가 와락 품에 안겨 목덜미에 서린 소금을 빤다. 아이는 그 맛을 아비라 기억한다. 아이의 삶에 맛을 더하는 아비의 소금. ============================================ 유진아 아빠처럼 건강하게 자라렴~~~~ 더보기 중간만 하자 중간만 하자, 중간만 전기연 나는 다른 사람과는 다른 악몽을 꾼다. 잊을 만 하면 한번씩 꾸는 이 악몽엔 귀신이라곤 등장하지도 않지만 수년간 반복된 덕에 이것은 나를 예민하게 만들었다. 꿈속의 배경은 고등학교 교실이거나 대학 강의실이다. 수업이 시작되면 나는 책을 꺼내려고 가방을 뒤지는데 항상 교과서가 보이지 않는다. 가끔은 어제 시간표로 책을 챙겨오기도 하고, 어떤 때엔 아예 시간표가 뭔지도 모를 때가 있다. 아니면 강의실을 잘못 알고 찾아갔거나, 숙제를 집에 두고 올 때도 가끔 있다. 그럴 때면 꿈이지만 식은땀이 나고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나는 어찌할 줄 모른다. 이런 날이면 하루가 불안해져 언제부턴가 이 꿈은 내게 악몽으로 분류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면서부터 이런 꿈을 꾸기 시작한 것 같다. 군대를 .. 더보기 해바라기의 도전 해바라기의 도전 전기연 해 앞에서라도 고개 숙이고 싶지 않던 해바라기는 여름날 동안 작열하던 열기에 새까맣게 타 죽어 버렸다. 하지만 그 자리엔 다시 해 앞에 설 해바라기가 또 남겨졌으니 이들이라고 해 앞에 고개 숙일 줄 알겠는가. 이글거리는 저 태양이 재가되어 사리지는 날이 올 때에도 끝없이 같은 정신으로 태어나는 그 꽃을 지금 타 죽었다고 정말로 죽었다 할 수 있을까. 더보기 김형사 이형사 "민순경 이거 3부 카피 부탁해" 고소사건을 정리중인 나에게 청에서 내려온 팩스를 던진 작자는 역시 김형사였다. "저 경리 아니거든요" 나는 종이를 옆 테이블에 밀어버리고 하던일을 계속했다. "아 어디 해주면 손 부러져!! 하여튼 여자 경찰은 여자도 아녀..어디 싹싹한 맛이 있어야지!!" '흥..싹싹해서 누구 좋으라고..' 나는 한번 흘끗 눈만 흘겨주며 상대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일어섰다. 그리고 ....이제 등장 할 때도 됐는데 어디 갔나? 하며 두리번거리던 찰라 "저..저...저가 해올 ...께요" 하며 내가 밀쳐버린 팩스를 들고 이형사가 엉거주춤 일어났다. 그럼 그렇지.. 구석자리에 있는 이형사는 팩스를 들고 나가며 의자마다 걸려있는 옷들을 죄다 떨어뜨려 놓았다. "니가 ..그걸 왜 해" 하며 김형..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다음